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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ug 17. 2020

손에 구멍이 뚫렸나?

이 말 그대로다.

어제 동생에게 이 말을 들었다.


자초지종을 말하자면

이번 주 출산 예정이라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동생의 눈에 바닥에 굴러다니는 개털과 내 머리카락이 포착되었고, 동생은 나에게 그걸 주워 달라고 말했다.


동생 말을 듣고 내가 휴지 한 장 꺼내 들었는데 안경을 끼지 않아 그런 것인지 내 눈엔 잘  안 보이는 거다..

동생이 지목해준 딱 거기만 휴지로 쓰윽 문질렀더니 머리카락이 쓰윽~ 빠져나갔다. 그러길 두어 번

언니 손에 구멍 뚫렸나..!

동생의 말에 어이없었던 나의 대답은

내 눈엔 안 보여, 그냥 너 안경을 벗어!

평소에도 깔끔한 동생과 전혀 그렇지 않은 나.

내 눈엔 자세히 보아야 보이던 먼지인데 동생 눈엔 안 볼래도 계속 보이는 먼지.


손에 구멍이 뚫렸냐란 동생말에 이전 같으면 눈을 부릅뜨고 맞서 싸웠겠지만, 이젠 그냥 피식 웃음이 나서 신기했다. 심지어 그 말이 참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티격태격하는 우리를 소파에 앉아 물끄러미 쳐다보던 둘째와 동생 뱃속의 '기적'이는 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아도 제각각 다른 세상에서 다른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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