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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Feb 17. 2021

엄마는 잠옷 패셔니스타

퇴근이 좀 늦었다.

엄청 반가운지 아이들이 화장실 문 앞까지 따라와 씻는 동안 기다려 준다.


얼굴에 비누거품을 묻힌 귀신이 되어 아흥!!

이러면 깔깔깔

화장실 문이 자주 열려서 좀 춥긴 하지만 나도 즐겁다^^


좀 길어지자

"엄마!!!!! 이제 놀자요~"

지겨움이 묻어난다.


"엄마 이제 옷만 갈아입으면 될 것 같아"


"휴~~  아직도 남았네"

라며 실망하는 아들에게 엄마 뭐 입을지 정해 달라고 했다.


사실 내 옷장에는 옷이 참 없다.

잠옷은 더 없다.

두벌 정도 가지고 몇 년째 입어오는 중이라서 아이에게 골라달라고 하기도 좀 이상한 상황이긴 했다.


서랍을 연 아이가 고민을 하더니 외출복과 함께 섞여 있는 잠옷(이것도 원래는 외출이 가능했던 티셔츠)과 축 늘어진 바지를 건네준다.


하트가 많이 있어서  이쁘고 주스가 있어서 시원한 옷이에요!!


이 스타일

딱! 내가 평소 때 입는 그대로다.

익숙하니 골라와 준 것이었겠지만 아이가 나름대로의 해석을 덧붙여주니 인정받은 기분이다.


내 바지에서 뿅뿅 나오는 하트보다 더 많이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평소보다 이 옷을 입고 있는 시간이 즐겁다.

난 이제 아들이 인정해 준 잠옷 패셔니스타다!!


남편도 인정해주면.. 좋으련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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