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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pr 03. 2021

이상한 약속

"나는 딸이 제일 보고 잡아 (보고 싶어)"


괜찮으시냐 여쭤보고 아프시냐 여쭤봐도

고개를 흔드시며 말만 하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나는 딸이 제일 보고 잡아.

언제 온대?


따님과 가끔씩 면담할 때면 어머님이 진짜 자주 찾고 보고 싶어 하신다고 말을 전한다. 그러면

"진짜 이상하죠? 막상 제가 가면 딱 보고는 바로 돌아가라 그래요. 말 한마디를 제대로 안 하신다니까요? 1분도 안 보고 가라고 해요!!!"


대체 왜?

이건 무슨 마음일까?


하지만,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할머니의 그 행동이 어렴풋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는데

따님도 나랑 비슷하게 그걸 느끼셨던 것 같다.


그냥 잠깐 본다 생각하고

그래도 자주 찾아뵈러 오기로 했어요

요즘 비대면 면회라 좀 아쉬워요.




회진 돌면서

또 딸 보고 싶다 하시는 할머니랑 약속했다.


"이번 주말 오신대요, 따님 오시면 열 마디 하셔야 해요!! 우리 약속해요"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고 돌아섰다.


한마디 말고 열 마디 하기!

참. 이상한 약속을 하고 돌아서는데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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