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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손이가 거기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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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간 어디쯤
Jun 10. 2021
점심시간,
한 바퀴 걸어볼까? 신발을 고쳐 신고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걱정은 더더욱 없이 20분 남짓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병원 화단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하시는 두 분을
보았다.
병원 직원은 아니신 것 같고
왜 저기 계시는 거지?
무슨 이야기가 저렇게 재밌을까?
어차피 가는 길목이라 그 앞을 쓱 지나쳐 가는데
두 분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팔손이 팔이 7개야
찢으면 돼지~
팔손이 팔이 9개야
떼면 돼지~
하하하하
여태 거기 팔손이가 심겨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거기 팔손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듣는데 괜스레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다가
팔손이는 꼭 8개 잎 갈래여야 하는 건 아니잖아?
슬그머니 마음속 질문이 고개를 들고 물어왔다.
찢으면 된다고? 떼면 된다고?
무슨 권리로???
만약에 그분들이 진짜로 팔손이에게 손을 대고 있었다면.. 모르겠다.. 나는 정색을 하고 하지 마라 했을지도..
하지만 다행히 농담처럼 이야기만 나누고 계셨길래
나도 그냥 웃으면서 지나쳤다.
그 찰나는 30초가 채 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멍하게 보낸 20분보다
더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 30초였다.
만약에 팔손이가 팔손이라서 혹시나 울컥한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본 적 있다면.. 나는 오늘 그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한 것 같다.
그 이유?
나 자신이 요즘 칠손이나 구손이처럼 느껴져서인가... 보다
라고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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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9살 어린왕자들을 육아하면서 아픈 아이와 어른들을 돌보는 의사이기도 합니다.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저는 이쪽과 저쪽의 의미를 곱씹으며 여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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