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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Apr 15. 2020

요정의 날개 소리를 아시나요?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

아이들이 부쩍 많이 컸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오늘이 그랬다.


첫째가 재미있게 포크레인을 가지고 놀던 중이었다.

목욕을 하고 나온 둘째가

 "어? 그 포크레인 내가 좋아하는 건데."

나는 순간 긴장했다. 평소 같으면 이게 내 것이니, 네 것이니 하면서 싸움을 시작할 참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첫째 입에서 나왔다.

"있잖아, 이 포크레인 여자야."

"진짜 여자야? 머리 묶었어? 난 남자 좋아하는데"

"니 포크레인은 남자잖아, 아마 니 붕붕카 안에 들어 있을걸? 내가 찾아줄게."


헉...

코로나 19 때문에 너무 오래 같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가 동생의 뼛속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구슬리는 법까지 알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우리 집 포크레인 한대는 여자가 되었고

저녁 먹을 때쯤에는 불도저 한대도 여자인 게 밝혀졌다.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 사랑스러운 둘째는

여자는 싫다면서도 얼마 전에 함께 만든 요정은 엄청 좋아한다. 금발의, 내 생각엔 여자인 요정이다.


하루 종일 역할극을 하기 때문에..

잠자기 전 이불에 비스듬히 누워  첫째와 나는 사고 난 자동차를 하나씩 맡았고

둘째의 요정이 등장해서 사고 현장 수습을 맡기로 했다.


차를 옆으로 눕혀놓고 최대한 애탄 마음을 담아 요정을 불렀다.

"도와주세요!!!"


그때 둘째가 말했다.

푸드덕푸드덕 요정이 날아왔대~


뭐?

푸드덕푸드덕?

진심으로 빵 터졌다.

포클레인과 불도저가 여자인 것도 나름 문화충격인데

팔랑팔랑도 나폴나폴도 하늘하늘도 아닌 푸드덕푸드덕 날아오는 요정이라니!!


정말 나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음... 둘째가 좋아하는 이 요정이.. 어쩌면 남자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 점점 더 많이 알고 싶어 진다.

엄마에게 몇 개 더 알려주겠니? 비밀하지 말고~^^


"푸드덕푸드덕" 우리집에 커트머리 요정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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