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입맛을 존중할게

어른이 된다는 것

by 그 중간 어디쯤


경옥고


요즘 한 숟가락씩 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실 엄마 드시라고 저~번에 사드렸던 것인데 잘 못 먹겠다 하시면서 우리 집에 도로 가지고 오셨다.


몸에 좋은 거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난,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한약 향기와 어우러진 적절한 쓴맛과 은은한 단맛!


호기심 많은 둘째가 궁금해하길래 물에 타서 한 숟가락 콕 찍어 넣어줬더니 오만상 찌푸리며 뒷걸음질 쳐서 한바탕 웃었다.


몸에 좋다고 하는 아사이베리 주스도 마찬가지..

요즘 매일 저녁에 한잔씩 마시는데 이번엔 첫째가 맛보고는

"토마토 맛이 나서 정~ 말 맛이 없어요!"라고 한다.


부엌에서 멀어져 가는 아이들의 뒤통수에다 대고

"이거 진짜 맛있는 거야~ 맛있는데 왜 안 먹지?"라고 중얼거린 뒤 생각에 잠겼다.


난 이런 게 언제부터 맛있어진 것일까?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맛은

진짜 내가 좋아하고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

좋아하려고 노력해서 좋아진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싸다고 하니 좋아 보여서?

아니면 필요에 의해서!


그것도 아니면 술이나 커피의 경우처럼 그 음료의 내면을 볼 줄 아는 인사이트 생긴 어른이 되어서일지도..

(술과 커피는 내게 맛있는 음료는 확실히 아니다. 그런데 좋아한다, 함께 할 때 즐겁다, 언제부터인지..)


경옥고와 아사이베리 주스를 좋아하는 내가, 문득 저절로 스며드는 인생의 쓴맛과 신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얘들아, 너희도 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되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걸? 하지만, 이런 건 적당히 세월이 흘러야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엄마는 너희들의 입맛을 존중할게.

퇴근하면서 킨더초콜릿 하나 사가야겠다.


난 경옥고랑 몸에 좋다는 주스 먹고

애들은 초콜릿 먹이는.. 진풍경이 오늘도 우리 집에 펼쳐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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