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아이들과 함께 본 책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흰 수염고래는 10시간 동안 사랑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10시간 동안? 진짜 대단하다~
첫째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시간이면 아침에 눈떠서 잠들 때까지 계속 노래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해 주었다.
엄마는 이렇게 너랑 이야기도 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는데, 그러면 계속 노래하긴 힘든데..
이 고래 진~짜 대단하다~
끄덕끄덕
<토요일 저녁>
갑자기 엄마에게 역할이 주어진다.
"엄마, 엄마는 흰 수염 고래 해요. 10시간 동안 노래 불러야지요"
"응??? 그래~~ 엄마는 첫째를 사랑해♡ 엄마는 둘째도 사랑해♡ 엄마는 아빠도 사랑해♡ 모두 모두 사랑해♡"
나름 운율을 넣어 같은 구간 반복되는 자작곡을 3분 정도 불렀다.
듣다 듣다 남편이 피식 웃으면서
"10시간 좀 있으면 끝나~" 하고는 내 옆을 지나갔다.
눈을 흘겨주고는 노래를 잠시 멈추니
제대로 듣지도 않던 첫째가
"엄마, 아직 10시간 안됐는데요?"
헉. 듣고는 있었나 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0분 정도 열심히 노래 부른 뒤 흰 수염고래의 노래를 멈췄다.
"이제 자자"는 말과 함께.
자려고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보았다.
10분간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노래를 부르면서 고되긴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이 존재들을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르는 내내 마음도 참 좋았다.
아이들도, 제대로 듣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간혹 귀 기울이는 걸 보아서는 내 노래를 좋아하는 듯 보였다.
10분간의 노래 덕에
우리 가족의 사랑이 좀 더 깊어진 듯한 밤이었다.
10시간 동안 사랑의 노래를 진짜 부르고 듣는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10시간 동안 누군가 나에게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다면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다는 로맨틱한 상상을 해보았다.
흰 수염고래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상대방을 넘어오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할 작정으로
장작 10시간을 마음먹고 노래 부르는 건 아닐지?!
언젠가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진짜 사랑이 뭔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흰 수염고래!
그리고 나는..
흰 수염고래를 만날 때 부끄럽지 않도록
온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