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반쯤 열린 문을 조용히 닫을락 말락
살며시 흔들어 놓았습니다
문고리에 풍경이라도 걸어두었다면
바람은 맑고 청아한 소리를 품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겠지요
그렇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은
왼쪽 뺨에서 오른쪽 뺨으로
이마에서 턱 밑으로 흐르고
손 끝을 맴돌다 떠나갔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다
적당히 열린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너무 좁게 열어놓은 문은
금세 쾅 소리를 내며 닫히고
너무 활짝 열어놓은 문은
바람이 왔다간 흔적도 남기지 않았겠지요
한 여름 창문을 넘어온 시원한 바람과
반쯤 열린 문의 적당한 각도가
살랑살랑 설레는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