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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Jun 23. 2019

바람의 각도

창문으로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반쯤 열린 문을 조용히 닫을락 말락
살며시 흔들어 놓았습니다


문고리에 풍경이라도 걸어두었다면
바람은 맑고 청아한 소리를 품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겠지요


그렇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은
왼쪽 뺨에서 오른쪽 뺨으로
이마에서 턱 밑으로 흐르고
손 끝을 맴돌다 떠나갔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다
적당히 열린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너무 좁게 열어놓은 문은
금세 쾅 소리를 내며 닫히고
너무 활짝 열어놓은 문은
바람이 왔다간 흔적도 남기지 않았겠지요


한 여름 창문을 넘어온 시원한 바람과
반쯤 열린 문의 적당한 각도가
살랑살랑 설레는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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