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그날
내내 당신의 손을 잡고 싶었습니다
환호성이 들리고 자동차가 날아오르고
무수한 사람들이 춤을 추는 와중에도
내 신경은 온통 당신의 손에 있었습니다
음료수가 차갑다는 핑계로 잡아볼까
웃을 때 어깨에 살짝 기대어볼까
여기 바람이 조금 세지 않아요?하고
귓속말을 해볼까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는 사이
엔딩크레딧은 올라가고
불이 환하게 켜지고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영화 재미있지 않았어요?
라고 묻는 물음에 그저
-네
뿐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대와 함께 있는 공간에서
내 감각은 진공상태로 쿵쿵 울리는 진동밖에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그대와 걷는 길이
언제나 끝나지 않을 크레딧처럼
오랫동안 올라가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