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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Nov 19. 2020

너를 닮다

나는 모래 위에 너의 이름을 쌓았다

생각이 날 때마다 한 움큼씩 집어 들다 보니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구덩이가 생겼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나의 이름을 덮었고

수없이 덮인 자리 위에는 높이를 알 수 없는 산이 생겼다


나는 그 산에 너의 이름을 심었다

그리워질 때마다 한 번씩 드나들다 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생겼다

그 길 위에 서서 너의 이름을 불렀고

나의 입에서 꽃씨가 쏟아져 나와 아름다운 꽃으로 산을 가득 채워버렸다


나는 그 꽃 위에 너의 이름을 옮겼다

보고 싶을 때마다 눈물 한 방울씩 흘리다 보니

골짜기 사이로 맑기 흐르는 강이 생겼다

그 강가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지평선 너무 푸르디푸른 바다가 생겼다


나는 그 별에 너의 이름을 붙였다

저 멀리 반짝이는 모래알은

밤하늘 어딘가 밝게 빛나는 별을 닮았다


나는 너를 닮은 모든 것에

너의 이름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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