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가 미래의 꽃잎을 품은 채
들판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햇살 머금은 풀잎 아래에다
피고 질 곳을 마련했겠지요
꽃은 피는 순간
한 잎 한 잎 흩뿌릴 것인지
잔뜩 움츠린 채로 떨어질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겠지요
그러다 가야 할 때가 오면
지는 달빛에게 부는 바람에게
우는 풀벌레들에게 자는 새들에게
하나하나 입맞춤을 하고는
잘 자 하고 인사를 건네겠지요
가장 늦게 일어난 아침 해가
부랴부랴 꽃을 찾아왔을 때
반짝이는 이슬이 다음 생을 기약하고
구름 위에 지은 집으로 돌아갔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