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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Sep 06. 2019

꽃의 생애

가루가 미래의 꽃잎을 품은 채

들판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햇살 머금은 풀잎 아래에다

피고 질 곳을 마련했겠지요


꽃은 피는 순간

한 잎 한 잎 흩뿌릴 것인지

잔뜩 움츠린 채로 떨어질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겠지요


그러다 가야 할 때가 오면

지는 달빛에게 부는 바람에게

우는 풀벌레들에게 자는 새들에게

하나하나 입맞춤을 하고는

잘 자 하고 인사를 건네겠지요


가장 늦게 일어난 아침 해가

부랴부랴 꽃을 찾아왔을 때

반짝이는 이슬이 다음 생을 기약하고

구름 위에 지은 집으로 돌아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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