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 좁은 방
몸 하나 누이면 끝나버리는 세계에
언젠가부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윽스윽
이따금 안부를 묻는듯
조용한 곳에서 요란스레 자신의 존재를 흘리고는 했다
어느 날은 침대 밑 구석에서
싱크대 밑 서랍에서
주방의 환기구 안에서
가끔은 스스로 냉장고 문도 여는 것 같았다
내일 먹으려 했던 계란 하나가
방금 막 뜯긴 스팸 캔 뚜껑이
반쯤 토막난 파조각이
근근히 이어가는 그의 목숨을 증명하고 있었다
간혹 잠에 들 때 쯤엔
머리맡에서 밭은 기침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콜록이라기보단 쿨럭에 가까운)
돌아누우면 그의 그림자가 순간순간 일렁이면서
코를 간지럽히는 바람에 재채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독거미는
좁은 방 안에서 있는듯 없는듯 살다가
어느 날 스스로 종적을 감추어버리고는
그가 있던 자리에 놓인 독침 하나만이
창문 틈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