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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Jan 01. 2017

너는, 나는

너는 달콤한 향기를 가진 아름다운

나는 그 향기에 취해 꽃밭으로 날아든

나비


  번의 날갯짓에도

꽃잎조차 흔들 수 없는

조그맣디 조그만 숨결


유난히 허리가 시린 누군가가

청무우밭은 더이상 여기에 없다고 말했지

그래도 나는

나비

꽃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존재


저문 날갯짓에 태양이 쓰윽 머리를 쓰다듬고 가니

이제야 더듬이가 시려온다

꾸벅꾸벅 조는 꽃받침에 기대어 앉으니

스르륵 밤이 내려온다


눈이 시리도록 눈부신 꽃밭

 곳에서 나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

바람은 날 흔들고 가는데

애처로운 몸짓만 무수히 흔들다가

어느새 날개가 하나둘씩 떨어진다


새벽 이슬 떠나가는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 해만이 오롯이 나와 눈을 맞춘다

기지개를 켜고 밭은 기침을 했더니

꽃잎이 하나 하나 떨어진다


너를 그리는 밤사이에

나는 또 네가 된 것인가


나는 작은 흔들림에 마음을 내어준 한떨기의

너는 사정없이 꽃잎을 흔들고 가버린 차가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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