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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Feb 08. 2017

블랙홀

Gargantua

빛의 파동마저 소멸하는 경계에서

달빛은 무언가에 홀린 듯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묵묵함의 무게를 가지고

0으로 수렴해나갔다


반짝-

하고 단말마의 비명이

침묵 속으로 사라지자 진공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한번

휘청거리고 말뿐이었다


소행성은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사고 현장 주위를 배회하면서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없는 혜성 하나가 두리번거리다

지평선 너머로 희미해져가는

유성처럼 잠잠한 수면 위를

쓰다듬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파동은

가르강튀아의 주변을 제집처럼

헤집고 돌아다니다 어둠이

떠오르는 순간 아우성 한 마디를

지르고는 근처를 지나가던 왜행성의

크레이터 속으로 숨어들었다


굴 속은

사정없이 깜깜했기에 전등을

켜자 우주선을 찾는 우주선들이

어느 구석에서 발사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폴로 1호는 아폴로 2호를

아폴로 알파호는 아폴로 베타호를

아폴로 가호는 아폴로 나호를


끝없는 우주에서

끝없는 사건의 지평선에서


아무도 알 수 없는

누구도 가본 적 없다는


그대의 마음 속

저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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