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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r 23. 2017

아름다운 그대, 길꽃

마주침이 반가운 이

본격적으로 봄이 왔음 알리는 종이 울렸다.

겨우내 움츠렸던 싹을 틔우고 만물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만물이 태동하는 시기, 봄. 아직은 바람이 제법 쌀쌀하지만 꽃들에게는 생명의 숨결인가 보다.

꽃이라면 다 좋아한다. 화단에 핀 꽃도 집안에 놓인 꽃도 좋지만 역시 자연에서 피고지는 길가에 핀 꽃에 눈길이 가는 건 나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길을 걷는 낯선이를 반겨주는 반가운 존재. 바로 길꽃이다. 골목사이를 뛰어노는 개구진 어린아이마냥 여기저기 피어있다. 이름이 있을텐데 아직은 잘 몰라 길꽃이라 부르는 게 미안해진다. 다음번에 마주칠 때는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고 싶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 김춘수

'꽃'이라 한다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시이자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시 김춘수 시인의 <꽃> 명작의 이름이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영원히 기억되듯이 꽃도 그렇다. 화려하게 피어 짧은 삶을 누리다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봄이 오면 다시 꽃이 필 것을 안다.



누구나 그를 알지만
누구도 그의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한 번 마음에 내리면
단단한 뿌리로 감싸안아
마침내 찬란해지는
그런 이가 있다고 했다

그의 삶은 화려하고도 아름다워서
모두가 그를 사랑했고
그또한 모두를 사랑했다

벌과 나비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그저 탐하기만 하는 무심한 손길에도
언제나 은은한 향기로 답했지만

단 한줌의 재로 돌아가는 순간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오로지 검은 흙만이 마른 손길로
그를 감싸안을 뿐이었다

<무명의 삶> 반이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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