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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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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Aug 23. 2017

내일

  흔하디 흔한 '안녕'과 '잘 가' 혹은 '들어가서 톡해'라는 말 대신에 '내일 봐'라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내일이라는 말 속에는 퍽 특별한 감이 있어서 헤어지는 인사말임에도 헤어지지 않는 것 같은, 마치 우리가 다시 봐야할 것만 같은 사이가 된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헤어질때면 언제와 같은 그 말을 기대했다. 그리고 나는 때때로 그 말에 '그래 내일 봐'라며 웃음섞인 어조로 대답하곤 했다. 내일은 나에게 일상이자 일생이었다. 지나간 오늘은 어제가 되고 그 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었다. 그래서 어제보단 내일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내일 보자는 그의 말에 정말 그 다음 날 본 적도 있고 보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볼 때보다는 보지 않을 때가 많아서 나는 그 말이 가끔은 '네 일 봐'라고 들릴 때가 있었다. 우리의 볼 일은 끝났으니 너는 네 일을 나는 내 일을. 내일엔 내 일이 있었지만 그의 일엔 내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뿐인 말에 나는 내일도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묵음으로 삼켜내고는 '그래 안녕'이라고 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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