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눈발 푹푹 날리고
가을의 코스모스도 미루나무도 온 잎을 떨구고
때를 잊은 철새들은 빈 밭에 떨어진 이삭을 쪼이다
조그만 모래알로 배를 채우고
겨우내 꽁꽁 얼어버린 땅밑에서 잠을 자던 다람쥐는 자다가 목이 말라 깼는지
새하얀 눈밭에 홀로 일어나 마른 세수를 하고
방 안의 화롯불은 조금씩 숨이 잦아들고
시란 바람에 코를 베였다던 괴담에
몸을 떨며 이불 밑으로 숨어버리고
유난히도 추웠다던 그 해 겨울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영혼들만 바람에 나부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