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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r 13. 2019

꽃이 좋다던 당신에게

길가에 핀 작은 민들레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일일이 허리를 굽히고 눈을 맞추던 당신에게 꽃은 쉬이 질 텐데 하나하나 마음 쓰는 것에 지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햇살같이 고운 눈으로 그럴 때가 있지요 하지만 모든 것에는 모든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제야 나는 꽃을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투명하게 빛나는 고운 꽃잎 하나하나가

수천번을 흔들리며 제 길을 찾아 나아가는 줄기 마디마디가

햇살을 모두 머금고 숨을 나누어주는 이파리 사이사이를


언젠가 당신과 다시 길을 걷게 되었을 때 나는 그때 미처 보지 못한 꽃 한 송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맑은 얼굴로 사랑스럽게 꽃을 마주하는 당신에게 '그 꽃 참 아름답군요'라고 말했습니다

나의 수줍은 고백에 당신은 따스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고 우리는 그때 아름다웠던 그 꽃을 다시 피워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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