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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Mar 23. 2024

봄날에 태어난 우리

3월, 봄에 태어난 우리. 사랑하는 내 친구와 나는 둘 다 봄에 태어났다. 그래서일까? 서로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생각도 통할 때가 많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우리.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시작을 잘한다. 마무리가 약하다는 게 우리의 허점이지만. spring처럼 통통 걸음새도 비슷하고, 어딘가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다가 의지가 꺾이는 경험을 하지만 그녀에게 이야기하면 신바람이 났다.

우리는 서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전화로 아쉬움을 달래다가 드디어 우리 둘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자며 약속을 했다. 날짜를 잡아두고 D-3, D-2, D-1 우리는 카운트다운을 하며 날짜를 샜다. 누가 보면 연인의 대화를 방불케 할지도 모른다.


이를 만난 건 중 2 때. 화장실에서 맺은 우리 인연. 화장실 한 칸 안에서 내 속내를 이야기하다가 훌쩍 울었던 그날 우리는 그냥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상상하면 풍경이 웃길지 모르겠다. 여자 아이들은 화장실을 같이 가는 것으로 단짝을 알아보았다.

'화장실 같이 가자!'

한 칸에 같이 들어가기도 하고, 줄을 같이 서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풍경.


따스한 봄날 그녀를 만나러 약속장소로 향했다. 약속한 시간은 4시인데, 나는 아침부터 서둘러 나왔다. 남편은 점심 약속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 행복하다.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고 있는데 아침만 먹었으니 기다리면서 배고플지도 모르겠다며 이는 그사이 커피&케이크 쿠폰을 보내주었다.


그녀를 만나기 30km 전, 출발 전에 이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실버링. 내 손가락 여기저기 끼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 똑같은 반지를 골라서 내 두 손에 끼워보았다. 하나씩 나눠가질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포장해 주는 것을 마다하고, 내 손가락에 끼워가겠다며 주얼리 매장을 나왔다. 소리 없이 히죽히죽 웃는 내 모습이 느껴졌다.


'어떻게 전해주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전해줄지 상상해 보았다. 두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이가 먼저 발견한다면 아마도 '반지 예쁘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때 나는 한쪽에 있는 반지를 꺼내며 '이거 하나는 네 거야.'라고 말할 것이다.

상상하지 못하고 뜻밖에 선물을 받는다면 기분이 좋아질 테니,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달달한 케이크를 먹으며 엽서 한 장을 꺼낸다.



"아! 언제나 그렇듯 널 만나러 오는 길은 신나! 나와 통하는 누군가가 내게 있다는 것. 소중하게 서로를 생각하고 의지할 친구가 있다는 것. 항상 행복하고 감사해.

오늘 비가 온다고 하더니, 날씨가 따뜻하다. 봄날에 태어난 우리가 봄날에 만나게 되었네. 봄햇살처럼 밝고 따스한 진아,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오늘 우리의 시간을 맘껏 즐기자. 우리 인생도 신나게 살자.

사랑해. 건강하게 우리 오래오래 함께 놀자."


그녀가 저 멀리서 걸어온다. 그녀가 오기 100m 전.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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