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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Oct 09. 2024

쌍계사 기행문

1999년 여행 일기

토지 소설의 산실인 하동에 왔소이다

섬진강 길따라서 매화꽃 황홀하여

구름 꽃에 취하네

운치 좋은 섬진강 태공들의 안식처

청풍에 고기 놀고

산자락에 녹차밭 청풍에 비단 이불

차잎 따는 아낙네 맵시 좋은 앞치마

한폭의 그림일세


산길따라 경상도 전라도인

어울린 화개장터

만물상 풍물놀이 흥에 취해

재첩국 소주 속을 풀고

땀훔치며 다시 올라 쌍계사 당도하니

가사적삼 어깨 걸고 뭇중생을 구제하는

근엄하신 노스님의 귀풍있는 자태로다


천년고찰 대웅전에 두손모아 소원비는

보살들의 눈썹위에 이슬꽃이 맺혀있네

불전놓고 소원빌며 속죄하는 미운마음

그리움도 아쉬움도 소멸하여 주옵소서


쌍계사를 내려오며, 심우 철수 낙서






쌍계사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아버지 덕분에 이미 쌍계사를 다녀온 듯하다. 아버지의 글따라 섬진강을 따라 가니, 그 길에 매화꽃 향기가 피어오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얀 뭉게 구름이 바람에 흘러가고 섬진강에 노젓는 뱃사공이 보인다. 녹차밭 청풍에 바다물결처럼 파도를 치고 찻잎 따는 여인들의 손길이 그려진다. 화개장터를 들러 풍물놀이 소리에 흥에 취한 아버지의 어깨춤에 덩실거린다.


20여년 전만 해도 쌍계사에도 가실 수 있을 만큼의 기운이 있으셨나보다. 여든의 연세에도 건강함을 잃지 않고 두 바퀴로 자전거를 타시지만 말이다. 지금은 혼자서 먼길, 고속버스를 타고 걸어가시기는 쉽지 않을 여행길. 이젠 딸이 운전하는 네 바퀴 자동차에 아부지와 엄마를 모시고 쌍계사로 떠나야겠다. 화개 장터에 들러 아버지 잔에 술 한잔 기울여 따라 드리고 알싸하게 취한 발그레한 얼굴을 마주하고 아버지 이야기에 취하고 싶다. 쌍계사가 아니면 어떠하리. 아버지와 어버니의 발이 되어 가보지 않으신 곳에 편히 모시고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부모님과 좀 더 많은 시간들을 만들고 싶다.



               

자신 출처 : 쌍계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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