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를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아버지 덕분에 이미 쌍계사를 다녀온 듯하다. 아버지의 글따라 섬진강을 따라 가니, 그 길에 매화꽃 향기가 피어오른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얀 뭉게 구름이 바람에 흘러가고 섬진강에 노젓는 뱃사공이 보인다. 녹차밭 청풍에 바다물결처럼 파도를 치고 찻잎 따는 여인들의 손길이 그려진다. 화개장터를 들러 풍물놀이 소리에 흥에 취한 아버지의 어깨춤에 덩실거린다.
20여년 전만 해도 쌍계사에도 가실 수 있을 만큼의 기운이 있으셨나보다. 여든의 연세에도 건강함을 잃지 않고 두 바퀴로 자전거를 타시지만 말이다. 지금은 혼자서 먼길, 고속버스를 타고 걸어가시기는 쉽지 않을 여행길. 이젠 딸이 운전하는 네 바퀴 자동차에 아부지와 엄마를 모시고 쌍계사로 떠나야겠다. 화개 장터에 들러 아버지 잔에 술 한잔 기울여 따라 드리고 알싸하게 취한 발그레한 얼굴을 마주하고 아버지 이야기에 취하고 싶다. 쌍계사가 아니면 어떠하리. 아버지와 어버니의 발이 되어 가보지 않으신 곳에 편히 모시고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부모님과 좀 더 많은 시간들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