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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토끼 Aug 29. 2024

어느 날 아빠의 귀가 토끼귀가 되었다

제4화 아빠의 귀가 되어드릴게요

담당의 선생님이 오전에 라운딩 오셔서 방이 정말 크네요 교수님도 처음 와보셨다는 특실

" 선생님 가격도 많이 비싸네요"라고 내 마음속은 소곤소곤.

불편한 게 없으셨는지 간밤에 통증이나 다른 증상이 없으셨는지 친절하게 여쭤보시고 오전외래에 만나자고 하셨다.  지난밤에 푹 주무셨다는 아빠 말씀이 누구보다 기쁘게 들렸다. 난 지난밤에 논문 찾고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아빠의 돌발성난청 발병사실을 알리며 밤새 훌쩍훌쩍 평소라면 아빠 앞에서 펑펑 울었을 텐데 이제 내가 아빠의 귀가 되어드려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차라리 돌발성난청에 대해 몰랐으면 싶었다. 너무 많이 알아서 혹시나 내지식이 아빠의 진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환자들에게 버릇처럼 하던 이야기를 내가 하고 있었다.  

"인터넷검색하지 마세요. 유튜브 보지 마세요."  이제야 헤아리게 된 환자들의 마음


스테로이드 때문인지 병을 이기시겠다는 의지 때문이 신지 맛없는 병원밥도  맛있게 드시는 아빠

지난밤 병원창문으로 고즉넉한 산책길이 있는 저수지를 발견하였다. 아침식사 후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아침산책을 나갔다.

" 우리 딸 몇 년 동안 못 잡아본 아빠손 하루종일 잡고 다니네"   

아빠 무섭고 두렵지?라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마음속 깊이 꾹꾹 눌러 담았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맑은 뻥 뚫린 하늘 우리 아빠의 귀도 청량한 소리로만 가득한 날이 오길

으쌰! 으쌰! 이겨낼 거라고 열심히 걷기 운동하시는 아빠! 그래 아빠 우리 웃자!


   . 병원: 창원 OOO병원

 담당 의사: 이 OO

 치료:                  입원 치료          고압 산소 치료          고막 스테로이드 주사          경구 스테로이드

 처방 약물:                  리베올 듀오정 (20/50mg)          보나링에이정 50mg          기넥신에프정 80mg          소론도정 5mg x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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