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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섭박사 Jun 24. 2021

노이즈캔슬링

반댈루행성의 밍맹몽 #2

다 빨아들이는 우주 화장실

“윽…. 나 배가 아파. 볼일을 좀 봐야겠다.”

우주선에서 대변이나 소변을 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콧속에 들어갔던 블랙홀랑쿠키처럼 둥둥 뜨게 된다. 사람의 몸도 뜨는데, 몸보다 훨씬 가벼운 똥이랑, 오줌은 당연히 우주에 떠다니게 되겠지.

“큭큭…. 그래서~, 필요한 게 뭐다? 바로 이 진공 흡수기라는 말씀.”

우주선 화장실에서는 똥을 누자마자 진공 흡수기가 빨아들인다. 만약 진공흡수기가 고장이라도 나면? 그렇지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밥도 먹고 응가도 하고~, 이제 잠 좀 잘까? 우리 화성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지?”

밍맹목 우주여행 목적지는 인공위성 따위가 돌고 있는 지구 주변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과자 회사가 블랙홀랑쿠키 하나 광고하려고 한 이벤트가 아니라 국제항공우주국이 함께 한다는 사실을 까먹어서는 안 된다. 밍맹몽 우주여행의 목적지는 화성이었다. 화성 바닥을 두 발로 찍고 오는 건 아니었지만 화성 궤도까지는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여행이었다.

“얘들아~, 잠 잘 시간이다~. 모두 침낭으로 가자.”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그런가. 아직도 맹이가 왕이다. 밍이랑 몽이는 아무말 없이 자기 침낭을 찾아갔다. 우주선이 춥냐고? 캠핑도 아닌데 웬 침낭이냐고? 그래도 잠을 잘 때 만큼은 쿠키처럼 둥둥 떠다니지 말아야겠지. 잘못하다가 우주 화장실로 들어가 진공흡입기같은 데로 빠져 나가면 큰일 날 테니까. 그러니까 우주선에서 잠을 잘 때는 침낭에 들어가서 자야한다. 그리고 침낭은 우주선 벽에 꽁꽁 묶어두어야 한다.

“으…. 그나저나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누가 코를 심하게 한단 말?

“에고…. 우주 필수품을 또 안 챙겨 오셨군요. 귀마개 챙기라는 어머님 말씀 못 들었니?”

우주에는 자동차도 비행기도 없다. 수다를 떠는 텔레비전이나 사람들도 없으니 조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주선 안에는 사정이 다르다. 우주선은 거대한 기계 장치다. 기계 속에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주선 밖에는 공기가 없어서 소리를 전달하지도 못 한다.

“그래~서, 우주선 안에는 소음이 계속 들린다는 말씀. 당연히 귀마개는 필수겠죠?”

그렇게 우주여행의 첫날밤은 시작됐다. 모두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이 들었다.

‘삑-’

얼마나 지났을까. 짧은 비프음과 함께 갑자기 우주선 창밖으로 빛이 번쩍하고 빛났다.

“뭐…, 뭐지?”

놀란 밍이가 눈을 번쩍 떴다. 꿈을 꾼 건지. 아직도 꿈인지 우주선인지 마을버스인지. 비몽사몽했다. 사실 맹이도 깨어 있었다. 깊은 잠을 들지 못 하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멍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몽이만 코를 골며 푹 잠이 들어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몽이가 코를 고는 소리는 우주선 소음도 상대가 안 됐다. 저렇게 코를 고는 녀석도 귀마개를 했네. 기계 소음을 막기 위함인가. 자기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러워서인가. 하여간 몽이가 끼고 있는 귀마개는 모든 소음을 막아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하던가.

“으이그, 저 녀석은 하여간 우주인한테 잡혀가도 모른다니까. 그런데 아까 그 빛은 뭐지? 밍이야, 너도 봤니?”

밍이는 벌써 우주선 밖을 내가 보고 있었다.

“응…. 밖에는 아무것도 없…. 우와~, 맹이야, 저것 좀 봐!”

우주선 밖에는 너무 예쁜 푸른 행성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지구였다.

“하라쇼~, 하라쇼~”

맹이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외쳤다.

“무슨 말이야?”

밍이가 물었다.

“응…. 러시아의 데니스 디토라는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우주 여행을 돈내고 간 사람인데, 우주에 나가서 만난 푸른 지구를 보면서 감탄해서 한 말이래. 러시아 말로 훌륭해! 헐! 대박! 뭐 이런 뜻이래. 디토 할아버지는 아기를 낳았을 때 다음으로 가장 멋진 일이 우주여행을 하면서 지구를 본 거라고 했대.”

정말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하라쇼’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말 같았다. 두 발로 지구를 밟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하라쇼 아름다운 행성이었다.

‘번쩍!’

그때였다. 갑자기 또 빛이 번쩍거렸다. 맹이는 우주선 창문에 돼지코가 될 지경으로 얼굴을 꾹눌러 우주 밖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있을 리가 없지.

“왜? 너희들은 안 자냐?”

몽이가 코를 골다 멈춰서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는 동시에 갑자기 우주선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강도 7이 넘는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다.

“으악! 이게 무슨 일이지?”

“모두 꽉 잡아!” 

마치 우주선은 무엇인가에 빨려 들어가듯 이끌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는 아까 보였던 빛들이 지나갔다.

“이게 뭐지 우주선이 추락하는 것 같아!”

“으…. 사람 살려~!”

“엄마~, 으~아~”


<Part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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