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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ug 24. 2021

하고 싶게 만들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할 때였다. 프로젝트 인력은 다 확보되었는데, 막상 개발할 게임의 내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회사의 리더들과 기획자들이 연일 모여서 제품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때 프로그래머들과 아티스트들은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들과 아티스트들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나 했다. 바로, 4주의 시간 동안 게임을 만들면 플랫폼에 출시하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제안을 할 때만 해도,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던 것 같다.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로 구성된 세 개의 팀에서 4주 동안 세 개의 게임을 만들었는데, 어떤 규칙이나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가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정말 사람들이 열정에 불타올라 자신의 모든 시간을 게임 개발에 쏟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심지어, 주말까지 게임 개발에 다 쏟아부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4주라는 시간을 굉장히 짜임새 있게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4주 만에 만들 수 있는 게임을 기획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필요할 때마다 모여서 논의하고, 진행 상황을 체크하면서, 결국 세 팀 모두 4주 만에 게임을 만들어 냈다. 대부분 기획자나 프로젝트 매니저가 하는 일이었지만, 기획자와 프로젝트 매니저 없이도 훌륭하게 해냈다.


이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회사가 결과물에 욕심을 내면서 오히려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동기부여'가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구성원의 태도와 성과를 얼마나 달라지게 하는지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관찰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동기부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은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동기부여'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조직이 많은 것 같다. 일을 열심히 하고 싶게 만들 수 있다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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