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an 25. 2022

적절한 질문 준비하기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재직하던 시절에, 면접관으로서 자주 함께하던 동료가 있었다. 당시 게임 클라이언트에서 주로 쓰던 언어는 C++이었는데, 면접을 보면 그 동료가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었다. 바로 '소멸자를 virtual로 선언하는 이유'였다. 당시에는 언어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가 프로그래머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고, 이 질문은 그것을 확인하는 데 꽤 괜찮은 질문이기는 했다.


하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벌어지는 업무에서는 그것을 알 필요가 많지 않았다. 모든 프로그래머가 습관처럼 소멸자를 virtual로 선언하면서 쓰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 자체가 많지 않았다. 우리가 개발하고 관리하는 게임은 FPS 게임이나 RPG 게임처럼 대규모의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문제가 되는 상황 자체가 흔하지 않았다. 간혹 그런 일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해도 충분한 정도였다.


면접을 보다 보면, 실제 업무에서 중요한 부분과 면접관의 질문 사이에 괴리가 느껴질 때가 있다. 회사의 일은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으려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채용 과정은 거기에 한 발 늦게 따라간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못 알아보고 놓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채용은 무척 어려운 과정이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조직의 역량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질문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매번 면접을 진행할 때마다, 이 사람이 해주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지, 이 사람에게서 확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서 던져야 할 질문이 무엇인지를 한 번만 검토하고 들어간다면, 채용 과정의 가성비를 좀 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전 24화 프로의 특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