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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an 17. 2024

회피

나에게는 오래된 습관이 하나 있다. 사실, 습관보다는 태도가 맞겠지만, 거의 반사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라면 먹을까?'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이 '김밥 먹자고?'라고 말하면, 나는 금방 '어, 김밥 먹자고.'라고 말하게 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지나쳐서, 가끔씩 내 생각이나 의견을 접고 상대방에 맞춰 행동하게 된다.


이런 태도나 습관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얘기가 다르다. 실제로 나와 다른 의견을 만났을 때, 내 의견을 쉽게 접고 상대방의 의견에 맞췄던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것이 괜찮았을 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후회를 했던 경험도 많이 있다.


이런 태도를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회의를 하다 보면 충돌에 예민한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충돌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 조심스럽고, 다른 사람이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면 적당히 거기에 맞추어 간다.


나는 이제 중요한 회의를 하기 전에 내 입장을 먼저 정리한다. 그리고, 타협해도 될 것과 타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어느 정도 구분해 놓는다. 물론 회의를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설득당하기도 하고, 내 생각의 틀린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원만한 인간관계 때문에 입장을 바꾸는 일은 하지 않는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맞춰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나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면, 회의에 참가하기 전에 좀 더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하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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