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랫동안 일 할 수 있는 회사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 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보다는 그 대가로 돈을 받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에는 기본적으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속성이 따라붙는다.
이런 현실 때문에 직장에서의 동기부여는 정말 중요한 문제가 된다. 특히 팀 매니저나 조직의 관리자라면 구성원 각자의 동기부여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동안의 커리어를 돌이켜 보니, 많지는 않았지만 나는 나름대로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선택해서 다녔다. 그렇다면 내가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회사를 고르는 기준이 무엇이었을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이런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여러 곳의 회사를 다녀보고, 다양한 조직문화를 경험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며 다양한 회사를 만날 기회를 가지면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나갔다.
새로운 회사를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사람이 필요할 때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을 받거나 헤드헌팅 서비스를 통해 소개받거나, 내부직원 추천 등으로 후보자를 추린 후 채용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이 프로세스는 결국 회사가 직원을 뽑는 과정이지만, 후보자에게도 '이 회사가 나와 맞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순간들이다.
사람마다 일하고 싶은 회사를 고르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일을 하고 나서 내가 성취감을 느끼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일부라도 있어야, 약간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있다. 늘 하고 싶은 일만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만 찾아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리고 내가 성취감을 느껴가며 한 일들에 대해, 보상 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중요하다. 성취감을 느꼈다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일을 잘 해냈다는 뜻이고, 일을 잘 해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보상이 뒤따라야 능력치를 그다음에도 충분히 발휘할 만한 동기가 생긴다. (이와 동시에, 일을 지속적으로 잘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회사가 어떤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도 하나의 관심사다.)
중요한 점은,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취감만 크고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
성취감은 없으면서 보상만 큰 경우 (이런 경우는 잘 없다)
어떤 경우든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오래 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성취감과 보상은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이면서, 꼭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 요소다.
다만 이직 시 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회사 밖에서 일을 해보지 않고 판단해야 하는데, 성취감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미리 알기 어렵다. 균형이 맞는지는 선택 이후, 결과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 입장에서 입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미리 알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다행히 보상의 경우는 입사하기 전에 한 번 (초기값에 대해) 협상의 여지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이직할 때 회사 밖에서 내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기준은 무엇이 있을까? 나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
이것은 성취감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내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기여도가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인지를 살펴본다.
면접 과정에서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역할에 대해 묻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늠해 본다.
후보자에게 무례한 회사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 회사의 문화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기본적인 예의가 없거나, 일방적인 소통을 하는 회사라면 입사 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경우
면접관과의 대화에서 서로의 말이 엇나가거나,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답변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소통 문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통근과 근무 환경
통근이 편리해야 하고, 재택근무가 유연하거나,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요즘처럼 워라밸이 중요해진 시대에, 회사가 구성원의 개인적인 시간과 상황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자신이 회사를 고르는 기준을 잘 정리해 두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새로운 기회가 있을 때 조금은 수월해지는 것 같다.
혹시 결정해야 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내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고, 면접 과정에서도 더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하고 싶은 회사를 찾는 것은 나 자신을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가 어떨 때 성취감을 느끼는지,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