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정말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별자리”였다. 솔직히 아무 별이나 떨어져 있는 것을 말도 안되게 엮어서 별자리로 만든 것 자체를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무지와 빈약한 상상력 때문에 생긴 오해였다. 이번에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를 읽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정말 많은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로부터 탄생된 것이었다. 솔직히 고대 그리스인의 상상력의 레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신화를 별자리로 풀어낸 사람들이 환생해 유튜버가 된다면 한 달에 안에 골드버튼은 가뿐히 받을 위대한 크리에이터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다.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는 내가 그 동안 쓰지 않았던 뇌의 구석구석을 자극해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우주라는 개념이 조금씩 몸으로 스며들며 내가 얼마나 티끌 같은 존재인지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래에 서문에 나온 내용을 읽어보면 “크으……” 하면서 탄성이 안 나올 수 없다.
기본적으로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마지막에 첨부한 챕터의 내용들처럼 별자리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 중에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야 한다면 “오리온”에 관한 이야기를 말해주고 싶다.
사실 나는 “오리온” 제과에서 만든 초코파이를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서 “오리온”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오리온은 위에 오른쪽 그림에 나온 것처럼 힘센 거구의 사나이였다. (별자리는 왼쪽처럼 생겼다.) 단순한 거구의 사나이가 아니라 요즘 말로 “존잘”인데 사냥을 엄청 잘하는 “엄친아”였다. 오리온은 웬만하면 토끼 사냥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플레이아데스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앞에서 말했듯이 오리온은 “존잘남”이다. 어느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가 하면 순결을 수호하는 여신 아르테미스가 거의 넘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플레이아데스는 존잘남 오리온이 들이대면 100% 자신이 넘어갈 것 같아서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언니들과 신화적 난봉꾼이면서 절대적 능력자인 제우스 신에게 찾아가 마성의 오리온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간청했고, 제우스는 그 간청을 받아들여 자매들을 전부 평화롭고 즐겁게 우짖는 비둘기로 변신시킨다.
오리온은 사랑에서 퇴짜를 맞자 크게 충격 받아서 사냥에 더욱 미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어떤 짐승이라도 다 때려잡을 수 있다고 존잘남에서 극도의 허세남으로 변하게 된다. 그 허세가 얼마나 컸는지 대지모인 가이가까지 열 받게 되었다. 그래서 가이아는 전갈을 탄생시켜서 오리온과 대결을 시킨다. 오리온은 매트릭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미끄러지며 곤봉으로 전갈의 머리를 부수려고 했으나, 어이없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전갈에 독침에 죽고 만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에서 잠깐 나왔던 순결을 수호하는 여신 아르테미스가 오리온이 죽자 세상을 잃은 것처럼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 정도로 오리온은 마성의 남자였다. 그래서 아르테미스도 능력자 제우스에게 찾아가 이 죽은 사냥꾼의 거처를 마련해달라고 했고 제우스는 조건부로 허락을 해줬다. 제우스는 별자리로 오리온 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인간들에게 자만하면 오리온처럼 몰락할 수 있다고 오리온을 죽인 전갈자리 또한 옆에다가 함께 만든다.
놀랍지 않은가? 이렇게 별자리 엄청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주변에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서 창작의 고뇌를 누구보다 잘 아는 편인데 이정도 수준의 스케일의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뇌가 터질 정도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와 연관시켜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 놀라운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별자리에 대한 나의 깊은 빡침(?)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아래 그림처럼 원래 고대의 별자리는 정말 곰은 곰 모양이었고 전갈은 전갈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더 많은 별들이 발견되고 새롭게 별자리가 추가되면서 그 모양들이 변형되어서 전혀 이름과 매칭이 안 되는 모양으로 바뀐 것이다. 과연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는 간만에 정말 즐겁고 유쾌하게 읽으면서 동시에 많은 영감을 얻은 책이다. 서문을 다시 인용하면 우리가 보고 있는 별들은 단순한 반짝거림이 아니다. “이 빛은 인류가 지상에 출현했던 그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지구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제 이런 빛을 쳐다보는 건 아득한 옛날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이런 빛은 이성이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먼 거리를 여행하여 우리에게 왔다.”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이성을 넘어서는 거리를 여행한 전설 속의 존재들에 대하여! 상상력의 끝판왕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니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