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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벨리아타에서 띄우는 편지

2화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파도

by 노마드 파미르

스리랑카 기후를 정의하는 대표적 대명사는 열대성 몬순(monsoon)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계절풍'이라 불리는 열대성 몬순은, 여름철은 바다에서 생성된 비구름이 계절풍을 타고 대륙으로 올라와 많은 비를 뿌리고, 농작물을 풍요롭게 키운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북반구에 겨울철이 도래하면 비록 적도와 인접한 5~10도 사이의 위도에 위치한 국가라 해도, 대륙에서 생성된 계절풍이 바다 쪽으로 불어 짧은 건기와 함께 약간의 찬공기의 맛을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정상적인 패턴을 벗어나 이때쯤이면 북동 몬순의 영향으로 비교적 화창한 기후와 온화한 습도, 맑고 푸른 바다를 즐겼을 계절임에도, 뒤늦게 대양에서 올라온 '사이클론(cyclone)'의 영향으로 곳곳에 물난리가 나고 바다로 유입되는 엄청난 빗물로 인해, 누렇게 물든 바닷물이 저 멀리 수평선까지 잠식했다.



처음 '탕갈레'에 도착했을 때 푸른 바다, 설탕 입자 크기의 고운 모래밭에 취해, 이곳이 생시인가 꿈결인가 허겁지겁 바닷물에 풍덩하며, 세상천지 이렇게 한가하며 잘 생긴 바다는 없다 찬사를 보내며 즐겼는데, 아뿔싸 도착한 지 한 달 여만에 급변한 날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를 뿌려댄다. 하루나 이틀 정도면 언제 비가 왔나 싶게 습한 곳을 볼 수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거기다 인적이 끊어진 심야에는 아예 대놓고 마구 빗줄기를 내리꽂다 보니, 한창 자라고 있는 논 바닥은 흙탕물로 흥건하고,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이자 코코넛 야자나무로 조성된 작은 도로마저도, 높은 파도에 견디지 못하고 속살을 다 드러낸 채 망가져, 긴급 보수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작은 바다 마을 겨울철에, 난데없는 '사이클론'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이곳 사람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 기후에 적절히 잘 대응하고 있다. 탐욕스럽게 아파트식 닭장으로 닭을 키우지 않으며, 우리네 일등단백질 공급원인 돼지는 아예 생산 품목에서 지워버렸고, 유유히 활보하는 순한 검정 소들은 고기를 취하기보단 우유를 생산할 목적으로 키우는 것으로, 전 국민이 동의 합의한 것 같다. 자세한 속 사정은 좀 더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긴 해도, 도처를 둘러봐도 그런 흔적을 볼 수 없으니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 짓곤 한다. 그들은 비교적 적게 먹고 최소한의 영양소를 자연으로부터 공급받아 연명하며 틈틈이 이웃을 위해, 기도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그렇다. 나 역시 그들을 본보기로 삼아 소소한 식단에 만족하며, 많이 웃고, 많이 떠들며, 다시 풍요로운 바닷가의 푸른 파도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KakaoTalk_20241128_102354165.jpg 탕갈레 해변을 잇는 모래밭길을 보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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