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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벨리아타에서 띄우는 편지

5화 모기와의 전쟁

by 노마드 파미르

아직도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벗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전한다.'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 모두 강건하시길.




모기의 비행능력은 인간에게 알려진 지구상의 모든 비행생물 중 잠자리 다음으로 뛰어나다. 호버링, 후진, 360° 회전, 코브라 기동 등 항속 거리만 짧을 뿐, 공중에서 비행체가 가능한 모든 가동 영역을 구사할 수 있다. 기동 능력만 보면 거의 비행 생명체의 정점 수준인데, 모기는 기동력의 제왕인 파리와 같은 목으로(파리목 모기과), 파리의 가까운 친척이다. 더 나아가 무게를 줄여, 기동 능력에다 속도와 비행 효율을 향상한 파리의 상위호환 수준이다. 다른 비슷한 크기의 곤충들에겐 자살행위라는 빗속에서도 유유히 날아다닌다. 모기 몸의 털 때문에 몸이 방수이고, 비를 맞으면 빗방울과 함께 떨어지다가도 빠르게 탈출해 비행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나무위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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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풀숲에서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 중, 인간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대표적 해충 모기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하지만 어디를 가나 항상 자리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억 7천만 년 전 쥐라기 후기 때 지금의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추정하는데 인류의 기원을 길게 잡아 600만 년이라 추정한다 해도, 얼굴도 쳐다볼 수 없는 대선배격인 모기. 그들은 인간의 대척점에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이 되었다. 나무위키 백과사전에 따르면, 모기로 인한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연간 720,000명 정도로,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온대지방에서 나고 자란 동북아시아가 본향인 이 몸이, 모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이곳 스리랑카의 모기가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점에 주의를 당부하는 기사가 빈번하고,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는 최전선으로 스리랑카뎅기관리국이라는 국가 기관이 있을 정도다. 그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7만 6천 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3배가량 증가한 수치였다고 발표했다. 알려진 대로 뎅기열은 예방접종 백신이 없으며,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므로, 근본적인 원인인 모기와 그 서식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족을 달자면, 스리랑카는 불교 국가라 하찮은 미물이라 해도 생명을 보존해야 하는 권리가 있다는 범신론적인 종교관도 한몫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박멸보다는 숲으로 쫓아내는 방식, 즉 살충제보다는 기피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곳 스리랑카에 파견된 단원들의 경우, 필수적 보급물품의 하나로 전기식으로 작동되는 파리채와 스프레이형 모기 살충제, 모기향 그리고 침대에 설치하는 모기장이 필수보급품 형태로 지급된다. 모두 모기로부터 단원을 보호하고 지키는 최신식 무기이긴 해도,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단, 집안으로 침투한 모기는 영악하게 침대 밑, 옷장 안쪽, 하수구 등에 몸을 숨기고,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결코 응하지 않는다. 모기와의 전쟁의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은신가능지역을 중심으로 화생방 무기인 모기 살충제로 융단포격을 한 다음, 약에 취해 은신처를 빠져나온 모기를 전기 파리채를 휘둘러 무차별 살생을 감행하는 방식이다. 약간의 포격음 냄새가 있긴 하지만 방안에 은신 중인 모기를 박살 낼 수 있는 점이 이 무기의 장점이다. 그럼에도 화장실 구역 수채구멍에 은신 중인 모기들은 재빨리 몸을 숨겨 목숨을 부지한 후 다음을 기약한다. 스프레이 모기 살충제는 이곳에선 고가의 장비 중 하나, 500ml 스프레이형 살충제의 경우 1300루피(5300원 정도)로 만만찮은 가격대라, 전선에 무한정 투입하기가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스프레이 살충제는 쌀 떨어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군수품으로 간주해 늘 준비해 놓는 치밀한 단원도 있을 정도다.



이 몸의 경우도 모기에게는 무시무시한 강적이다. 아직 수련이 일천하여 모기를 쫓기보다는 박멸을 선호한다. 즉, 비행거리가 짧은 모기의 착륙을 관찰하다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서면 냅다 철퇴를 휘둘러 즉사를 시키는 잔인한 감성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멸은 늘 실패하고 만다. 비라도 오는 축축한 날, 극성을 부리는 모기떼를 향해, 고가의 살충제를 분사해 놓고 전선을 살피다 보면, 거의 박멸했다고 안심한 순간, 새~앵앵하며 날아드는 모기의 비행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최후의 보루인 모기장으로 피신해 열대 지방의 긴긴 겨울밤을 보내기 일쑤다. 그 안전가옥에서, 점령군 모기들이 활개 치며 보무도 당당한 비행을 지켜보는 기분은, 한마디로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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