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EPS토픽 한국어반 첫 수업
1.6일 입학식을 필두로 2025년도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선생을 만나게 될까 긴장하며 만나는 첫 시간은 향후 한국어 수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굳게 믿는 편이다. 왜냐하면 한번 어깃장처럼 뇌리에 박힌 선생과 학생의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 서로 간 의욕과 전의를 상실케 하는 요인으로 각인될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즉, 실력은 차치하고라도 지루함, 고루함, 지겨움의 부정적 인상이 있는 반면 기대, 성취, 만족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이미지는 학기 내내 수업을 지탱해 가는 동력이 된다. 따라서 첫 만남은 선생이나 학생 모두에게 주어진 공정한 탐색전이다. 해서 이 몸의 경우도 조심스럽게 첫 수업의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첫날 수업에 참여한 인원은 여학생 2명, 남학생 18명, 도합 20명이다.
수년간의 첫 수업을 치른 기록들을 살피며 준비물들을 체크한다. 우선 복장은 정장을 차려입고, 자기소개, 코이카 소개, 수업 실라버스(syllabus) 소개를 마친 다음 학생들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 스리랑카를 비교해 소개하는 퀴즈게임을 선보인다. 사실 이 게임의 원본은 십여 년 전, 첫 수업용으로 만든 15매 정도의 PPT화면인데, 파견된 현지어로 각색해 주구장창 사용하는 모델이다. 심오한 내용 없이 한국의 국토, 인구, 대표적 스포츠, 도시명, 화폐이름등을 추측해 맞추는 게임으로 적당히 웃고 즐기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 게임의 묘미는 사실 다른데 있다. 즉, 한 보따리의 과자를 준비해 군침을 돌게 한 다음, 한바탕 게임을 치르고 각자 획득한 전리품들을 교실에서 먹어치우는 나눔 속에, 첫 만남의 긴장감을 해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휴식시간을 거친 다음 본격적인 자모음의 음가, 발음, 쓰기, 연습의 순서로 돌입한다.
애써 첫 수업의 구체적인 자평은 하지 않겠다. 목소리엔 희망을 담았고, 충분한 믿음의 신호를 보냈으며, 긴장된 얼굴에 웃음을 만들었고, 사비(?)를 털어 귀여운 뇌물까지도 기꺼이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잔뜩 한국어의 기대를 가지껏 부풀게 했다. '나를 믿고 따라와라! 한국어는 세상에 선보인 언어 중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다! 내가 한국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주겠다!'라고 호언 장담하는 한국어 선생을 넘어, 교주(?)가 기꺼이 되려고 했던 그날의 첫 수업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 강건함을 잃지 않기를 벗들과 함께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