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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벨리아타에서 띄우는 편지

9화  한국어 교실에서 희망을 본다

by 노마드 랑카 Feb 03. 2025

시작이 반이라고 EPS토픽반의 수업 진행이 챕터 (chapter8을 지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전체 Chapter 30 단원 중, 얼추 30%를 소화하면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조사 중 가장 많이 써먹어야 할 주격조사 '은/는' '이/가'와 서술을 서술답게 마무리하는 소위 서술격 조사로 불리는 '입니다'를 수없이 연습하고, 곧이어 장소, 위치, 시간등에 찰떡처럼 붙는 부사격조사 '-에 -에서'를 배운다. 그리고, 이것이 확실한 목적어의 자격이라고 친절함을 잃지 않는 조사 '을/를'에 이르기까지 순풍에 돛대를 높이 올리고 무궁한 언어의 바다에로 출발을 알린다. 그럼에도, 아직 용언의 변화무쌍한 단계에는 이르지 못해, 앞으로 닥쳐올 고난의 항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조금 한다 하는 학생들은 간단한 단문장의 구성으로 작은 보람을 맛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2025년도 EPS토픽 교재가 전면 개편되었다. 고용허가제 한국어 능력 시험(EPS-TOPIK) 학습을 위한 '한국어 표준교재'가 개정판을 지나 새로운 '텍스트'(NEW EPS-TOPIK)로 출시된 것이다. 따라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가르치는 선생들 모두 '학습계획'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하튼, 지금부터가 본격적이라는 점이다. 확실한 목표가 있는 학생들은 죽기 살기로 단어장을 들추며 착실히 시험에 대비한 문법과 암기에 열중하는 한편, 아직도 자모음의 음가조차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날라리 학생들은 점점 고난도의 바다로 질주하는 EPS 토픽 한국어교실에서 승선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사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뛰어들어도 80,000명 응시자 중 10% 안에 들어야만 '한국행 근로자로 선발될 가능성'이 있는 이 시험에 누구도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선생 학생 모두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성공의 확신'이 있다는 믿음이 담보되어야 한다. 해서, 선장인 이 몸의 확실한 태도가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진중하며 조심스럽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몸, 즉, 선장의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 정규수업 16시간, 예비 보충, 한국 문화 4시간, 프리토킹 5시간으로 배분, 도합 25시간을 '일주간 수업시수'로 책정한다. 즉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풀타임으로 '정규과정'을 소화하고, 금요일은 한국 영화등 문화수업을 느슨하게 진행하고, 교직원들을 위한 '한국어 초급반'을 운영한다. 이 몸도 하루쯤은 타이트한 수업을 벗어나 놀이 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그럼에도 결코 멈출 수 없는 EPS토픽반의 항해는 쉬지 않고 박차를 가한다. 즉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비장의 무기로 EPS토픽반 전체 학생 25명 중, 학습능력이 일천한 학생 13명을 좀 한다 하는 학생들과 짝을 이뤄 수업을 돌보게 하고, 그것에 덧대어 그룹활동으로 묶어 '그룹리더'를 중심으로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 수업'을 빡세게 구상하고 있다.



그들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모두가 죽기 살기로 한다고 해도 다 이룰 수 없는 험난한 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놈은 더더욱 멍청하다고 격하게 격려한다. 그리고, 오늘도 칠판 한 귀퉁이에 큼직하게 선장의 명심(銘心)을 써놓고, 학생들을 향한 희망의 채찍을 놓지 않는다.



'걱정 마라! 또 걱정하지 마라! 그대들이 믿는다면, 그대들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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