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일이 아픈 순간의 모습을 바뀌게 한다

김주영의 브런치 인문학 낭송 (3분)

by 김주영 작가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아빠를 모시고 병원을 간다. 오늘은 아빠 수혈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아빠의 발이 되는 날이라서 언니랑 나랑 병원으로 향했다. 아빠의 전체적인 건강 수치가 좋지 않아 여러모로 기관마다 영향을 미치지만 아빠는 가을 색 옷을 입고 병원까지 오는 차 안에서도 절대 잠들지 않고 창 밖 풍경 보기를 멈추지 않으신다. 병원에 도착하고 이제 적혈구 매칭 검사에 필요한 피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략 1시간을 기다리다가 오늘내일 이틀 정도 2대씩 수혈하기를 선생님이 권유하신다.


아빠는 언제나 외래진료가 끝나면 병원을 나가기 전 매점에서 오늘의 일과를 마치시듯 하드바 하나씩은 내가 꼭 사드리는데 오늘은 대기 시간에 벌써 아이스크림을 아이처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날개가 없는 천사의 모습처럼 눈이 부시다. 편한 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그것도 아빠의 유일한 바깥 외출이 되어버린 병원에 오가는 길에는 집에서 보다 조금 활발해지시는 감각적인 모습 속에 숨어버린 아빠의 힘없는 기력이 늘 안타까워 흐르는 눈물과 이 무거운 감정을 또 눈 속에 그저 묻고 아빠를 지그시 바라보고 또 마음속에 담을 수밖에 없다.


병원 입구에 살고 있는 작은 커피숍이 참 감사하다. 언니는 수혈전 힘들어 하시는 아빠가 잠시 누워 계시는 외래주사실에서 아빠 곁을 지키고 나는 대기 로비에 앉아있다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휴대폰 충전을 할 수도 있고 언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남동생의 마음으로 한 잔씩 골랐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고 수혈이 시작되고 경과하는 시간 동안 이렇게 머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아늑한 아지트가 되는 것처럼 잠시 몸과 얼은 마음을 이곳 테이블과 의자를 빌려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올 때마다 느끼는 병원의 다른 문화가 사람의 마음이 조금은 불편하게 한다. 입구에서 한 명 한 명 확인을 검문처럼 하는 일 외래 건 입원이건 보호자는 항상 한 명이라는 사실이 늘 팍팍한 인심 같아 적응하기가 매번 새롭다. 어차피 내일까지 오셔야 한다면 아빠가 많이 힘이 드신 관계로 차라리 하루 정도 입원을 하시는 걸로 하고 언니와 아빠가 모든 입원하기 위한 절차를 마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셨다.


모처럼 여동생 내외는 오랜만에 휴가를 갖는 기분일 테고 올케는 아이를 데리고 아빠가 드실 전복죽과 인기가 많아 늦게 가면 사지 못하는 맛집 김밥을 재치 있게 손에 들고 와서 병원 커피숍에서 서로가 오가며 참 많은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또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서로의 귀한 하루가 저 먼 태양이 익어가는 소리에 따라 사라지고 밤이 피어나는 어둠과 별빛이 이내 다가오겠지.


인생이란 늘 여의롭지 않게 돌아가는 빠른 시계 추 같을 때가 바로 중년이 지나는 삶의 길목에서 들리는 귀한 노래인가 젊음이 영원하지 않듯 어린 날의 시간이 어느덧 중년 그리고 노년의 길에 설 수 있음을 오늘에 충실하고 진실로 아파한 후에야 진정한 인생의 빛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자신의 삶에 서는 유일한 시간이 가장 소중한 언어가 되어 그 답과 길을 잃지 않게 할 것이다.


2021.10.6


아이와 함께 하는 지성 산책 브런치 북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seebee08282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삶을 새로 디자인하는데 필요한 통찰과 창조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