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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Feb 11. 2022

위대한 사랑이 담고 있는 깊은 고독은 무엇을 향하는가

오늘의 좋은 글 낭송 (8분 37초)

김주영의 마음과 생각이 자라는 인문학 산책

지성 김종원 작가님 글 출처

김주영의 카카오 뷰 큐레이션 글 더보기 함께 해요.^^

대한제국 제1대 황제 ‘고종’이 사랑한 영혼의 음식은 ‘냉면’과 밀면 그리고 ‘메밀로 만든 국수’였다. 사람들은 고종이 냉면을 사랑해서 긴긴밤을 세우며 야참 들기를 즐겼다고 하지만 고종에게 냉면은 가슴 아픈 운명적인 사랑이었고 눈물이었고 절망을 이겨내게 하는 사색이 꿈틀대는

‘희망’의 도구이며 기댈 수 있는 의미였다.


‘’ 내가 이 냉면을 먹을 때만큼은 세상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으니 궁 밖의 사람이 되는 유일한 시간이오. 이처럼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삶아진 메밀로 만든 국수 면에 한결같이 동치미 국물을 넣어 고명으로는 양지머리와 돼지다리 살에 배추김치 그리고 꿀과 잣에 배를 잘라 넣어 먹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고종 황제가 좋아하는 배를 칼로 써는 게 아니라 수저로 둥글게 파서 넣어 주는 레시피를 가장 선호했고 꼭 그대로 즐기기를 원했다.


일면은 그러했으나 고종이 좋아하는 냉면이 수라간이 아닌 궁 밖 국숫집에서 배달시켜오는 일은 나라를 되찾고 싶은 단 마음에 품은 커다란 바람이었고 위험을 무릅쓴 독립운동의 행보였다. 냉면을 좋아한다는 명분이 있었기에 은밀하게 독립자금을 운반하고 요원들과 정보를 교류하는 긴장된 일을 도모하고 추진할 수 있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감시를 당하며 철통 같은 하야시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고종의 냉면 사랑은 독립운동가인 궁 밖의 냉면가게 사장을 위장한 그녀가 배달해 오는 냉면을 사이에 두는 시간에는 날을 새면서 독립군들의 정보이용과 나라를 되찾겠다는 자신의 뜻을 펼치는 긴긴밤의 고독해야만 견딜 수 있는 간절한 시간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용해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면과 사랑을 나누는 시기에 독립자금이 무려 그때 돈으로

‘10만 원’ 지금 시가로는 ‘150억’ 정도였지만 결국은 하야시의 집요한 의심을 피하지 못해 그들마저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죽음에 이를 때 어쩌지 못하는 고종 폐하에게 그들은 이런 유언을 남기며 자신들의 목숨을 바쳤다.


“폐하, 제발 포기하지 마십시오.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요. 폐하, 부디 포기하십시오. 저와 이 사람을요.’’


그 긴긴밤을 지새우며 버틸 수 있었던 고종황제의 처절하게 아픈 시간들 왕궁의 행사 때에도 굳이 냉면요리를 만들게 했던 고종이 사랑을 지키는 법 그가 먹은 냉면의 동치미 육수는 이 나라를 걱정하는 그가 흘린 짜디짠 슬픈 눈물아 었고 메밀로 만든 국수를 씹으며 그는 진한 울분의 고독을 혼자서 삼켜야 했다. 적당히 트림을 유도하는 동치미 국물이 아니었다면 수저로 긁어 동그랗게 파주는 배가 있었기에 그는 답답한 속을 그렇게라도 풀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고요한 놋그릇에 보관되는 온도를 담아 그만의 것을 즐길 줄 안다. 유일하게 자신의 것을 사랑하며 그것을 놓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실패로 끝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로 멈추지 않으니까.


고종은 입에 맞은 단맛을 찾아 야참을 즐기는 미식가가 아니라 자신과 이 나라를 지키고 싶은 사색의 도구가 냉면이라는 야참이었으며 공간이었고 가슴 뛰게 하는 절실한 고독이라는 사명 속에 피우는 끝이 없는 소망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소중한 사람이다.”


202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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