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에게 내일의 태양이 뜨는 이유

오늘의 인문학 낭송 (7분 9초)

by 김주영 작가

말은 쉽지만 하기는 어려운 이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

머리가 맑아지는 시간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낭송

김종원 작가의 카카오 톡 하루 10분 인문학 수업

네이버 블로그 글 출처

https://youtu.be/1QHH0hx_Bxs


아빠는 병원 응급실에서 오후가 돼서 과목 중환자실로 가셨다. 크게 염증 수치는 없지만 지병으로 자주 겪게 되는 쇼크가 원인인 것 같은데 우리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 보다 오늘은 ‘10 퍼센트’ 정도 눈을 또렷하게 뜨시고 인지도 조금 호전된 것 같지만 병원에 오는 동안 이용한 택시 기사님의 모친이 경험한 예후를 살짝 들려주며 귀한 언어로 긍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큰 병이 아니면 거의가 괜찮아져서 나오시더라고요.

대학병원이 그래서 믿을만하잖아요. 3.4일 지나면 호전되실 거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네요.”


상황을 들어보니 그분의 모친께서는 자주 그리고 더 오래 다양한 합병증으로 고생하시다가 이 병원에서 3개월 가량입원해 계셔야 했고 지금은 퇴원하셔서 보다 가볍게 생활하신다는 아름다운 경험을 들려주셨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개인 생활의 자유를 고려해 오늘까지만 영업하고 택시일을 그만두실 거라고 했다. 그래서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하는 내가 행운의 손님이라는 말씀의 씨를 보내주셨다.


몸부림치는 아빠의 손과 발은 침대 모서리와 연결해서 고정되었고 어제의 모습보다 조금 안정된 아빠의 손을 잡고 혼자서 소리 없이 울다가 아빠가 의식이 돌아오실 때쯤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내 말 들려?”

“아빠, 잠 그만 자고 빨리 일어나. 주영아 불러봐”

의식이 조금 있을 때는 ‘으으윽’ 으로 대답하고 입만 살짝 벌릴 뿐 더 연결하지 못하고 다시 잠에 빠지신다.


모두가 스치며 말하지 못하고 마음이 향하지만 처치 후에 동맥주사용 바늘을 꽂아둔 왼쪽 손등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있다는 것을 내가 찾아서 질문할 수 있고 아빠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뇌 검사를 받기 위해 이마에 본드처럼 묻혀둔 크림 또한 내 눈으로 닦아 드리고 떠지지 않지만 눈을 뜨려 하실 때 더 가볍게 떠질 수 있도록 물티슈로 미리 눈꺼풀을 닦아드리는 것 또한 마음이 닿는 눈에는 더 잘 보이게 되는 나라서 하게 되는 일을 찾을 수 있다.


다행히 오늘은 아빠가 0.5초 씩이라도 나에게 대답해주고 인사해주셔서 응급실 내에서 중환자실에 이동하는 아빠께 같이 올라가지 못하는 나는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에 앉아서 서로의 귀에다 전화기를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아빠, 우리 아빠, 사랑해! 금방 나아서 우리 빨리 만나요.”

아빠는 의식처럼 계속 단어가 아닌 목소리로 멈추지 않는다. “으 으 윽 어 어 으 으”


역시 아빠는 언제나 그랬듯이 내게 긍정의 사인을 보내주신다. 잘하고 올 거라고 이틀 동안 응급실에서는 보호자 출입증만 교체하면 1인씩 면회와 교대가 가능했지만 중환자실은 코로나 검사를 받은 딱 한 사람만이 1인 지정 보호자가 되어 중환자실 내부로는 들어갈 수가 없고 그것도 밖에서 상주하게 되는 연락망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오전 내내 아빠 곁을 떠나지 않고 주어진 이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아빠는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신다.


2021.5.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언제나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