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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삶

오늘의 좋은 글 낭송 (8분 56초)

by 김주영 작가

뭘 시작해도 잘 되는 사람의 5가지 말버릇

김종원 작가의 카카오 채널 생각 공부

하루 한 장 365 인문학 달력 아이들의 낭송

아이콘 아임 오케이

https://youtu.be/xYN_v_Do7Ik


이른 저녁식사를 준비해주고 베란다에 나가보니 며칠 물을 주지 못한 화분들이 들쑥날쑥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른 잎들과 시들어 가는 잎들 그리고 피었거나 피우려는 가지들의 머리를 모두 자르고 다듬어 주었다.

먼지와 마른 풀씨들의 흔적들까지 그리고 늘 피어나는 제라늄의 싱싱한 새 가지들로만 5가지 정도를 빈 화분에 옮겨 심어 주었다.


그저 정리하는 마음으로 아끼려는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새 가지가 올라오기를 바라며 자르고 다듬고 치우다 보니 볼그란 석양이 지고 어둠이 시작되려고 고개를 내민다.

다시 이제 하루가 지나가는 밤의 정거장에 도착한다 저녁 시간에 딱 한 번 의사 선생님께서 지정 보호자에게 아빠의 소식을 전하는데 크게 변화는 없으나 모레까지는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를 받으시고 그다음부터는 조금 다른 치료가 들어갈 수 있다니 조금 더 다양한 차도가 있지 않을까 기다려지게 되는 소식이다.


그중에 한 가지 기쁜 소식은 의식 저하를 지나고 혼동의 시기가 오며 “아파” “빼줘”라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짧게 표현하시기까지 그저 누워만 계시는 답답함과 꽂혀있는 주삿바늘과 침대에 묶여있는 아빠의 모습이 해보지 않았던 일상의 답답한 일이 될지라도 이 시기가 지나가야 밝은 날이 돌아올 테니까 그날만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쓸고 닦고 다듬어 놓은 베란다의 모습처럼 또 좋은 시간이 우리에게 돌아오기를 고요하게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다시 아침이 되었고 아빠가 많이 보고 싶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 만날 수 있는 날이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오늘도 흐르는 눈물의 시간을 몇 번이나 더 건너야 할지 무엇을 해도 자꾸만 보고파서 또 눈물이 자꾸 흐를 것만 같다. 딸아이를 등굣길에 내려주고 며칠 전 아빠와 함께 했던 쇼핑몰 앞을 지나는데 어쩔 수 없는 기억과 그날의 체온을 더듬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그저 울었다.


밤사이 다시 몸부림이 시작되어 안정제를 투여하고 단잠을 주무신다는 아빠의 안부에 마음이 아팠지만 또 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단 하나의 햇살을 그려나가며 내일을 기대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요. 그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태우셨으니 딱 일주일만 편한 휴식 하시다가 우리 만나요. 아빠, 서로가 걱정하지 말기로 해요. 모두를 이기고 우린 다시 그날에 만날 거잖아요.


아빠가 가꾸어 놓으신 정원에는 장미꽃이 피어나고 새 파란 잔디 위에서 세 살 된 친 손주와 손녀가 놀러 와서 공을 차고 놀아요.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아빠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소고기 피티를 열기로 했거든요. 집안이 시끌벅적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며 환하게 행복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꿈꾸기로 해요 오늘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아빠의 생신 날 이거든요.


“오늘도 많이 더 많이 사랑해요. 늘 그대로인 우리 아빠 “


2021.5.4


일상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대가 김종원작가와 함께 사색으로 풀어가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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