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y 19. 2018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영화제

<불편한 영화제> 허건 2017

 전라북도 완주군 너멍굴이라는 곳에서 영화제가 열린다. ‘불편한 영화제’를 표방하고 나선 ‘너멍굴 영화제’는 너멍굴로 귀농 온 진남현과 영화감독 지망생인 허건 등이 함께 낸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영화제이다. 2017년 9월 2일 첫 영화제를 개최했고, 허건이 직접 연출한 단편 다큐멘터리 <불편한 영화제>는 너멍굴 영화제를 기획하고 완성해가는 모습을 기록한 작품이다. 산골 오지에서 영화제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기획이다. 게다가 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진남현의 밭이다. 영화 내내 그곳에 텐트를 치고 스크린을 설치하기 위해 삽을 들어 밭의 물을 빼고 땅을 다지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진남현은 영화가 주류로 다뤄지는 만큼 환경 또한 주류로 다뤄져야 하는 키워드이며, 너멍굴 영화제에서 겪는 불편함이 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면서 작년에 진행했던 상영회 기획이 생각났다. 당연히 너멍굴 영화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상영회였다. 산골의 야외가 아닌 서울의 어느 복합문화공간에서 진행하는 상영회였고,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영화들을 상영하는 자리였다. 보통 상영회 혹은 영화제 하면 극장이나 그에 준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빌려 안정적이고 편안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떠올린다. 대부분 도시에서, 그것도 수도권이나 서울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편안한 환경에서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나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상영해도 관객들을 동원하기는 어렵다. 내가 기획했던 상영회의 경우 20~30명 정도의 관객을 예상했지만 5회차 동안 총 20명 남짓한 관객들이 상영회를 찾았을 뿐이다. 그런데 산골에서, 그것도 야외에서, 그것도 ‘불편함’을 표방하는 영화제를 실행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불편한 영화제>는 ‘굳이 이런 일을 왜 벌이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것이 나름의 가치를 지닌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불편한 영화제>는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영화의 만듦새만 놓고 보자면 영화제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기록한, 행사 이후 스스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물의 수준이다. 하지만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 기어코 불편한 영화제를 해냈다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즐겁다. 영화제 자체가 지닌 가치도 가치지만, 상영회를 진행해보고 여러 영화제에 관객으로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자신들만의 영화제를 일궈냈다는 점이 놀랍게 다가왔다. 2회 영화제가 열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불편한 영화제> 제작을 위해 열린 텀블벅 페이지에는 2회가 열릴 것이라 적혀있긴 하다), <불편한 영화제>를 보고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요한 이야기, 안일한 접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