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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마담 Sep 06. 2022

고독사가 어때서

내가 꿈꾸는 생의 마지막 풍경



나는 마룻바닥에 모로 누워있다.
머리끝과 발끝을 살짝 안으로 끌어 모은 채로, 자궁 속 아기 마냥.

바닥은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나무 바닥이면 좋겠다.
세월의 결이 조금 두드러진, 햇빛과 눈비 맞아 제법 단단함도 서려 있는.
그곳에 누워 나는 지켜본다.
나무 한 그루.
여느 때처럼 내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던,
바람에 몸을 맡기며 한들한들  
요람처럼, 꿈결처럼, 쳐다만 봐도 아득해지는.
그곳에 누워
감았다, 떴다, 바람결에 나뭇잎처럼
꿈인들 생신들, 바람결에 구름처럼
그렇게 영원히 잠들고 싶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오전. 하얀 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있는 강아지를 끌어안으며 내 마지막 모습에 대해 생각했다. 마룻바닥에 모로 누워 나무를 바라보는, 딱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러고 보니, 생애 마지막 풍경 속에 사람이 없네. 흠... 고독사가 따로 없군.   


늘 겁이 난다. 나의 오랜 지병에 지친 가족들이 최종적으로 나를 병원에 데려다 놓기로 결정할 미래의 어느 날이.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해 배변 패드를 깔고 누워 있는 나. 모두 갈아 죽인지 밥인지 모를 희멀건한 그것을 억지로 목구멍에 삼키는 나. 하루 종일 옆 침대에서 들리는 끙끙 앓는 소리를 참아내는 나. 모르는 이가 함부로 내 아랫도리를 벗겨 씻어도 싫은 내색할 수 없는 나. 천덕꾸러기가 되어 병원 침대에 링거를 꽂고 누워 맞을 내 노년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겁이 난다.


병원으로 나를 찾아오는 이도 없었으면 좋겠다. 나를 빙 둘러싼 사람들이 잿빛으로 변해버린 내 얼굴과 복수로 차오른 내 배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눈물 흘리며 찬양하는 일도, 내 주름지고 앙상해진 손을 잡고 통성기도를 올린 후 돌아가는 차 안에서 저절로 자신의 건강과 수명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 그런 기도도 사양하겠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자기 집 침대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가족들은 꺼져가는 어머니의 등불을 지키며 죽음에 대해 묵상하고, 그녀가 집안에 남기고 간 흔적들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이를 오래 두고 애도했다. 그런 가족의 애정 어린 눈길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마지막 밥을 내 손으로 지어먹고, 마지막 요를 내 손으로 깐, 그 익숙한 내 집 마루 마닥에 모로 누워, 그렇게 죽고 싶다.


그러니, 친구들이여!

어느 날 혹 내가 집 마룻바닥에서 하얀 백골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우리의 마지막 만남을 오래 기억해 주시길.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이 뭐 별거냐며, 함께여서 즐거웠노라 말하던, 그때 그 순간의 내 눈빛과 미소를 기억해 주시길.


치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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