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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Dec 07. 2023

문제는 유기농 상추가 아니야

모든 문제는 핵심을 인지하고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유기농 상추였다. 신혼 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삼겹살로 저녁 파티를 자주 했다. 근처 마트에 들러 고기와 야채 등 소소한 파티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면서. 당시 우리가 자주 갔었던 동네 마트에는 유기농 야채코너가 따로 있었다. 유기농 야채코너의 야채들은 멋진 데코레이션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뿌려내는 수증기들 사이에서 언제나 그 기품을 뽐내고 있었다. 반면 일반 야채들은 냉장 시설에 전시가 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 본새는 유기농 야채님들에 비해서는 초라했다. 


가전제품 같은 큰 금액이 아니니 유기농 상추 정도는 누릴 수 있다 생각해 기웃거렸다. 하지만 아내에게 유기농 채소는 단지 사치품에 불가했다. "다 같은 채소니 가격이 훨씬 저렴한 일반 채소를 먹는 게 맞아". "그냥 유기농으로 먹으련 안돼? 내 눈엔 더 신선해 보기고, 많이 살 것도 아닌데. 뭐 얼마나 한다고" 일반 채소를 원하는 아내와 내 눈에 들어온 유기농 채소의 선택에서 의견이 충돌했다. 그날 나의 소심한 삐짐으로 삼겹살 파티는 취소가 되었고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사소한 일이지만 여러 생각들이 진지하게 스며들었다. '유기농 채소의 선택이 과소비에 해당하나?' 지금보다 돈을 더 벌어서 이런 사소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결론에 이르렀다. 




창업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그날의 '유기농 상추 사건'이 창업 시기를 앞당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사업을 해서 돈을 더 벌어 유기농 채소 앞에서 망설이지 않으리라는 장엄한(?) 목표를 세웠다. 언론이나 주변에서 창업 동기를 묻는 경우가 많다. '유기농 상추'를 얘기하지는 않지만, 분명 중요한 창업 동기 중 하나다. 창업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는 돈을 더 벌게 되니, 유기농 상추쯤이야 고민하지 않을 것이고, 아내와 다툴 일도 없을 거라는 진지한 생각을 했었다. 막 창업을 하게 된 그 당시를 생각하면 그 시작은 언제나 사소한 이유와 갑작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전히 문제는 유기농 상추였다. 그렇게 창업을 하고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유기농 상추'를 먹지 못한다. 경제적인 부분은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는 분명 나아졌지만 여전히 '유기농 상추'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나에게 없었다. 아내와는 여전히 유기농 상추로 가끔 말다툼을 하고 있다. 그걸 용납하지 않는 아내도 그걸 계속 요구하는 나도 여전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야채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유기농 상추에 집착하는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유기농 상추가 아니었다.  문제는 상추를 바라보는 내 시야다.  나와 아내가 상추를 바라보는 시야의 차이가 다른 것이다. 사실 고급 한우집에서의 야채나, 대학가 근처의 저렴한 삼겹살 집에서 제공하는 야채는 모두 유기농 야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자의 원가에 대한 고민과 부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고깃집은 고기의 퀄리티에 더 집중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깃집이지 채소집이 아니지 않은가?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도 비슷하다. 아내는 삼겹살 파티는 괜찮은 고기에 집중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고기 파티에 채소타령을 했던 것이다. 주객전도가 되었다. 유기농 상추에 집착해서 주인공인 고기는 거들떠보지 않은 실수를 한 것이다. 




사업에서 핵심을 먼저 파악한다면 빠르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주변만 맴돌게 되고, 그 주변에서 답을 찾으려는 오류를 범한다. 결국 핵심을 벗어나 주변에서 찾은 잘못된 답을 제시하면 애꿎은 비용만 발생하게 된다. 결국 핵심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주변만 맴돌게 된다. 


단기적인 실적이 저조해 매출 증가를 위해서 관련자들과 회의를 할 때가 있다. '힘든 상황이니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고, 사업계획을 다시 수정하여 이 위기를 극복해 봅시다.' 좋은 얘기고 내가 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문제는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는 말이다. 정답은 '바로 지금부터 나가서 매출 증가에 매진하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회의를 열고 사업 전략을 짜고 또 회의를 하고.. 사업전략을 잘 만들자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주변을 맴도는 거다. 이런 시간들을 아껴 실적을 낼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전략은 단기적으로 매출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기 실적 회복에는 오로지 행동(right now)뿐이다. 그게 핵심이다. 


고기를 먹을 때 야채와 함께 먹는 것을 더 좋아할 수는 있다. 고기만 먹을 수는 있지만 고깃집에서 야채만 먹을 수는 없다. 핵심은 고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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