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돌아보는 12월의 CEO 일기장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이번주에는 끝내야지. 12월이면 회사 전반적인 사업계획서를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확정 지은 후에도 변수가 생기기도 하고 확정되지 않은 것들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또 한 직원이 그만둔다. 훌륭한 회사는 아니더라도 나쁘지 않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원의 퇴사는 막을 수가 없다. 올해도 퇴사자, 입사자가 많다. 직원의 퇴사를 과연 내가 막고 잘 대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퇴사하는 직원들은 '근본적인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힘들다'라고 얘기를 하고 '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영자인 '나'는.... 언제나 정답이 없는 평행선상에 있다. 무작정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거나 해답이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복잡한 미로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괜찮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둘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미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출구로 나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어려운 문제다. 할 수 있는 것은 더디더라도 이 복잡한 문제들의 실마리 하나씩 풀어가면서 해결해 가는 것뿐이다. 그 시간들 동안 이 친구는 회사에 남아서 문제를 함께 풀거나 기다려 줄까?
2022년의 끝자락에 와있다. 12월에 언제나 해왔던 것처럼 올해도 한해의 정리와 내년의 계획을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 정리의 시간이다. 올해도 역시 퇴사를 하는 직원도 입사를 하는 직원도 많다. 직원들의 문제와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가족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지만 시원하게 해결할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바라는 회사와 직원들이 바라는 회사는 다르다. 같아지게 할 수는 없을까. 그냥 노력할 뿐이다. 단지 내년에는 직원들의 이직이 덜 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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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물의 길'을 보았다. 아들은 기다리던 영화를 일찍 볼 수 있어서 고마워하는데 정작 나는 올 한 해 가족에게 뭘 했는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족은 누가 누굴 지키거나 책임지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 의지하며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가장이라고 아들이나 아내를 책임지고 보호하기만 하는 것보다 서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12월은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달이기도 하다.
딱 2주가 남았다. 이제는 2023년을 마무리하고 2024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들이 많았고 회사는 어수선한 한 해였다. 분명 모든 결과는 어떤 원인들이 있다. 가끔은 그 원인들이 뭉쳐서 더 큰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이 참 어렵다. 그만큼 복잡한 일들이 많았던 거 같다.
대퇴사! 대이직! 이런 말들이 난무했던 한 해였다. 적지 않은 직원이 퇴사를 하고 또 다수의 직원이 입사를 했다. 올해 가장 많이 읽은 책들이 '조직'에 대해서 다루는 것들이었다. 직원들의 퇴사를 사장이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불만을 줄이고 개선점을 찾아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지만 정말 어렵다. 올해는 직원들 때문에 맘 아프고 속상한 일들이 유독 많았다. 이 아픈 상처가 굳은살이 되어 앞으로 일어나는 비슷한 일에 무감각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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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힘과 에너지가 되어준 아들이 내년이면 초등학생 고학년이 된다. 빠른 사춘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 아이가 커가면서 올라갈수록 아빠와의 관계가 더 서운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은 그냥 커가는 것이지만 더 어릴 적 다정 다감한 아들을 생각하며 나는 더 외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를 잡고 있으면 변해가는 아들을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에 집중해야만 아들이 내적, 외적으로 커 가는 모습을 행복하게 바라보며 응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자신만의 자아를 만들어가는 시기에 있어서 아빠를 의지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열심히 응원하고 싶다.
난 일기를 쓰는 CEO다. 비슷한 시기에 쓴 일기를 들춰 보았다. 12월의 일기에는 직원과 가족의 얘기가 많다. 연말이라 직원과 가족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리라. 퇴사한 직원들에 대한 감정들 중에 나쁜 기억은 잊어버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것들은 기억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CEO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그냥 미안한 부분이 많다. 함께 못한 아이에게 미안하고 도와주지 못한 아내에게 미안하다. CEO는 언젠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도 CEO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