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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Dec 21. 2023

잠 안 자고 버틸 수 있나.

불면증에 대하여

잠을 안 자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불면증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이 이비인후과를 찾는다고 한다. 30% 이상이 심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코골이로 인한 호흡 불편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경우라고.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신체적 원인 없이 불면증이 찾아올 때가 있다. 달갑지 않다. 사람이 오랜 시간 잠을 자지 않고는 일을 할 수 없고, 한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아 그 일의 효율성은 매우 떨어진다. 못 잔다는 건 피하고 싶은 일이다. 올해도 몇 번의 불면증을 겪었다. 대부분 밀린 일과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에 대략 3일 정도를 자지 못했다. 




사장은 특정 기간에 엄청 바쁠 때가 있다. 

시간 관리를 잘하더라도 일의 양이 그 범위를 넘어설 때가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잠자는 시간을 포기하고 일을 해야 한다. "강의 자료는 언제 보내줄 수 있나요?", "IR 자료는 언제 받아 볼 수 있나요?" 자료를 요청받을 때도 많고, 요청한 자료에 대한 검토 등을 급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미리 준비하면 좋겠지만 늘 그렇듯이 '미리미리'가 참 어렵다.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되는데, 그때마다 다른 업무들이 치고 들어오면 멘붕이 온다. 낮에는 업무를 보고 밤에는 자료를 만들거나 검토하게 되니 밤낮없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주 90시간 일에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행히 마감(?) 시간이 끝나면 잠에 빠져드니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주인 잘못 만난 내 몸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일인데.



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는 불안감 때문에 오는 불면증이다. 심하면 우울증으로 갈 수 있는 심리적인 문제다. "**고객사 큰 계약이 드디어(혹은 갑자기. 사실 갑자기 체결이 가장 기분 좋은 일이다.) 체결되었습니다." 고생한 일에 대한 결과로 너무 기쁘지만 불안감도 함께 찾아온다.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언제까지 이런 계약을 성사시키며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만약 잘 안되면...' 하지도 않아도 될 걱정이 행복한 순간과 함께 몰아붙인다. 결국 잘 해내야 한다는 불안감에 계획을 세우고 고민을 하게 된다. 할 필요가 없는 행동임은 분명하다. "현대자동차의 영업 이익이 창업 이래 최대를 넘어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도 넘었습니다." '이 회사는 잘 나가는데, 우리 회사가 뒤처지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비교를 하면서 멘탈이 흔들리기도 한다. 사장들이 늘 가지고 다니는 수많은 질병 중에 하나다. 직업병이다. 



사업에 대한 사장의 불안한 심리는 기업이 긴장하고 성장하는데 어느 정도는 건강한 요인이 된다.  하지만 스로 감당할 수 없어  잠까지 못 자는 경우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렇게 잠을 못 잘 때는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잠을 자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쓰더라도 해결하기가 참 어렵다. 술을 마셔도(절대 피해야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여 몸을 피곤하게 해도 소용이 없다. 그냥 뜬눈으로 보내게 된다. 생각이 또 다른 생각으로 꼬리를 물다가 결국 생각의 무한 루프(답이 없다)에 빠지게 된다. 잠을 빨리 자기 위해서 늘 하는 '재미없는 책 읽기'도 도움이 안 된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주로 고전 문학책인데, 이런 책들은 10분도 못 버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안타깝게도 불면증이 있는 날은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책에 집중도 안되고 잠도 못 자게 되는.




그래도 사장이라 다행이다.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사장의 큰 이점이다. 올해도 불면증은 다행히 3일을 넘기지는 않았다. 3일 정도 잠을 못 자고 다음날은 일정을 취소하고 아침부터 잤다. 낮과 밤이 바뀌는 불편이 있지만 불면증에 비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짧은 기간은 나를 대신해서 업무를 진행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올해도 일정을 잘 조절해서 몰아치는 일이 없게 하거나, 불안감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지 못하게 강한 멘탈을 가지게 하지도 못했다.  끝까지 버티다 지쳐서 몸이 스스로 포기하게 했다. (자영업으로 창업을 했으면 이것도 못했으리다. 자영업자분들은 새삼 대단함을 느낀다.)  


사장은 언제나 걱정이 많다. 실적이 나쁘거나 너무 좋아서, 돈이 없거나 갑자기 돈이 많이 들어와서, 사람이 나가거나 들어와도, 고객사에서 문제가 생겼거나 너무 없어도, 사돈의 팔촌보다도 더 먼 관계의 회사가 투자를 받아도, 가까운 회사가 투자를 못 받아도, 경기가 좋아도 나빠도, 일이 많아도 적어도, 저녁 자리가 많아도 적어도, 차가 막히거나 체증이 없거나. 지금도 수백 가지의 걱정이 있다. 이렇게 사장이 잠을 잘 수 없는 원인은 끝이 없다


안타깝게도 이런 걱정들은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가상의 것들이 많다.  그리고 현실화시키기 시작하고 대안을 만들려고 발버둥 친다. 어쩌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말이다. 대부분의 사장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한다. 혼자만의 오랜 생각에서 걱정거리를 찾고 현실이 될 것이라는 생명을 불어넣어 그 대안까지 만드는 것이다.  마치 이렇게 해야지만 불안감이 없어진다고 믿는 사람처럼. 결국 불안감은 만들어낸 걱정 때문에 더 커지고 심하면 잠을 못 자게 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스스로 만든 걱정들은 정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이라도 감정의 여운을 길게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늘 좋은 일 있으면 오늘 의미 있게 보내고 잊고, 나쁜 일은 지금 순간만 바쁘고 잊으려 한다.(쉽지 않지만 강도를 서서히 줄일 수는 있다.) 


사업을 하면서 일에 대한 결과의 감정은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이나 길게 끌고 가면 필요 없는 걱정들을 낳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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