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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아침, 목숨을 걸고 출근했다.

비 오는 날의 기록

이른 새벽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방 안이 아직 어두컴컴했다.


집 밖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었다.

만약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면 들려오는 빗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불안감으로 하루를 시작했을 터였다.

 

나는 차갑고 축축한 바깥공기 대신

따뜻한 전기장판의 온기를 느끼며

좀 더 깊숙이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


오늘은 비가 와도 좋은 아침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다.

비가 올 듯 하늘이 꾸물거렸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데

출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한참 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는 나를 바라보더니

남편이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험이 코앞인 남편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전 깊이 심호흡을 했다.

'할 수 있다. 괜찮다. 아무 일 없을 거다'

멀찌감치서 걱정스레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창문을 두드리며 인사를 했다.


'잘 갔다 와. 오늘도 사랑해. 이따 저녁에 보자'

익숙한 인사였음에도 나도 모르게

콧잔등이 시큰했다.


누군가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진지하게 이것이 부디 우리가 나눈

마지막 인사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10분 남짓 달렸을 때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5분이면 갈 거리를 한참이나

멈춰 서듯 가다 서며 기다렸다.


앞쪽 어디에선가 빗길에 사고가 난 듯했다.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나도 모르게

심장이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4년 전 사고가 났던 그날에도 비가 내렸다.

창문 앞에 작은 물방울이 맺힐 정도의 녈비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차를 몰고 집을 나섰던 그날,

우리는 생애 마지막을 맞이할 뻔했다.


사고 이후 한동안 비가 오는 날에는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했다.

비가 오면 온몸이 긴장으로 바짝 굳었고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다시 비 오는 날 집 밖을 나서기까지

다시 자동차에 스스로 내 몸을 싣기까지

다시 비 오는날에 차를 탈 수 있게 되기까지

무수한 시도들과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차 사이에 간격을 멀찌감치 띄우고

속도를 한참 늦추어 가며 차를 몰았다.


누군가 내 앞으로 끼어들거나

갑자기 멈춰 서기라도 하면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도로 위에서

나는 그렇게 혼자서 몇 번이고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


집에서 직장까지, 직장에서 다시 집까지.

고작 1시간 남짓 운전을 하는 시간 동안

나는 끊임없이 죽음을 상상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차에서 내리고 나서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늘 아침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그것이 우리가 나눈 마지막 인사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고는 나에게 평온한 운전과

비 오는 날의 낭만을 앗아갔다.


그러나 그 사고로 인해 나는

매일을 마지막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언제든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단 걸 알기에

오늘도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위의 글은 1년 전 어느 여름에 썼던 글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가 어찌나 끔찍하게 무서운지

장마철이 다가올 때면 매일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젯밤부터 생각지도 못한 겨울비가 내렸다.

마치 여름 소나기처럼, 어쩌면 봄비나 가을비처럼

그렇게 주룩주룩 꽤 많은 비가 밤새도록 창문을 두드렸다.


여전히 비가 싫다. 비 오는 날이 싫고, 집 밖을 나서기 두렵다. 그러나 살아야만 하기에 그럼에도 기꺼이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걸 안다.


날이 밝아오니 서서히 비가 잦아든다. 멀리서 햇볕이 희미하게 비친다.

이제 이불 밖으로 나와 집밖으로 나가봐야겠다.


언젠가 내가 내리는 비를 마음껏 맞을 수 있게 되기를,

다시 여유롭게 빗소리를 음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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