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것과 무너지는 것 사이에서
회사에 들어간 지 몇 달이 지나자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힘들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회사에 도착하면
겉으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회의를 하고, 전화를 받고, 기획서를 썼다.
하지만 속에서는
계속해서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었다.
나는 문화기획 팀장이었지만
내가 기획하는 일은
내가 꿈꾸던 문화와 닿아 있지 않았다.
지원사업 일정에 맞춰
서류를 준비하고
예산을 맞추고
보고서를 쓰는 일.
그 안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점점 흐릿해졌다.
대표와의 갈등도
점점 선명해졌다.
나는 조용히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괜히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어갔다.
출근 준비를 하다가
괜히 눈물이 났다.
그래도 갔다.
그만두기에는
나는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했으니까.
시골에 내려와
문화기획팀장이라는 직함까지 얻었는데
여기서 또 그만둔다면
나는 무엇을 한 사람이 되는 걸까.
그렇게 7개월을 버텼다.
회사에서 흔들릴수록
나는 다른 곳에 더 매달렸다.
텃밭에 나가 잡초를 더 오래 뽑았고,
주말이면 워크숍을 찾아다녔다.
회사에서도 버티고,
텃밭에서도 버티고,
의미에서도 버티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완전히 쉬지 못한 채로.
어느 날 문득
이건 도전이 아니라
소모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팀장이 되며
겨우 붙잡았던 자존감은
다시 조용히 내려앉았다.
'또 실패인가.'
'나는 왜 자꾸 버티지 못할까.'
그 질문이 오래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예전처럼
곧바로 다음 일을 찾지 않았다.
대신,
나는 처음으로
멈춰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