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이 시작된 이후의 풍경
설명을 멈추고 나서 삶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말이 줄어든 게 아니라 말이 필요 없는 상태로 옮겨간 것에 가까웠다.
아침의 풍경이 달라졌다.
누군가에게 오늘의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누군가의 기분을 먼저 살피지 않아도 되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했고, 움직이는 순서도 정해져 있었다.
아침에 일이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식당에 가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재운 후에는 그마저 남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부업을 알아봤다.
하루는 감정이 아니라 동선으로 흘러갔다.
예전에는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관계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함께 산다는 건 같은 집에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속도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걸.
지금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의 리듬으로 하루를 건넌다.
각자도생은 차갑고 잔인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가장 정직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나를 조정하지 않는 삶.
나는 이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산다.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혼자라는 건 버려졌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후의 나는 더 이상 관계의 온도를 재지 않는다.
오늘을 살아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내일을 버티기 위한 준비만 남긴다.
그게 지금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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