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버텼던 시간들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소진된 몸에 대하여

by 산다

나는 시간을 쪼개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아이들을 보내고, 낮에는 일을 했고, 해가 지면 또 다른 일을 향해 몸을 옮겼다.


계획은 단순했다.

오늘 필요한 만큼 벌고, 내일을 미루지 않는 것.

미래를 설계하기보다는 오늘을 완주하는 쪽을 택했다.


몸은 정직했다. 서 있던 시간이 길어지면 허리가 먼저 반응했고,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먼저 무너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고단해질수록 머리는 또렷해졌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버티는 시간이 의미 없는 소모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다르다.

몸을 쓰는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움직인만큼 남고, 멈추면 바로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피하지 않았다.


돈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았고, 하루는 늘 빠듯했지만 이상하게도 불안은 줄어들었다.

불확실한 말보다 확실한 노동이 나를 더 안정시키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 온몸이 지쳐 있었지만 하루를 건넜다는 감각은 분명했다.

누군가의 인정 없이도 오늘을 살아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한 날들이었다.


이 시간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기보다 불필요한 기대를 자연스럽게 덜어냈다.

더 이상 누군가의 변화에 내 하루를 걸지 않게 되었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말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몸이 대신해준 시간들..

이 시간을 통과한 나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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