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해 멈추지 않았던 선택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버틴다’는 말 대신
‘움직인다’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버틴다는 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일이었고,
움직인다는 건 아주 작게라도 방향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내 기준은 단순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지금의 나로 가능한 선택, 실패해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그 세 가지만 붙잡고 하나씩 실행했다.
식당일을 하면서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큰돈이 없어도,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리지 않아도
내가 바로 움직여볼 수 있는 선택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조용해진 집에서 노트북을 켰다.
낯선 용어와 숫자들 앞에서 잘 모른다는 사실만 더 또렷해졌지만,
그럼에도 화면을 닫지는 못했다.
‘모른다’는 상태보다 ‘배우고 있다’는 감각이 더 분명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업자 등록도 했다.
내 이름으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난생처음 마주했을 때,
마음이 아주 조금 들떴다.
큰 결심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곧바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잠을 줄여가며 상품을 찾았고,
마진 계산을 잘못해 손해를 보기도 했고,
배송을 헷갈려 진땀을 뺀 날도 많았다.
어느 날은 상품 하나에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도매처의 말만 믿고 주문을 계속 받았고,
화면에는 어느새 매출 1천만 원이 찍혀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밤을 새워 송장을 입력했다.
하지만 결국 물건을 구하지 못했다.
약속했던 일정은 미뤄졌고,
나는 모든 주문을 취소해야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움직인다는 건 성공을 기대하는 일이 아니라
실패를 직접 감당하는 일이라는 걸.
일을 늘렸다고 해서 당장 큰돈이 생긴 건 아니었다.
숫자로만 보면 여전히 빠듯했다.
경매는 결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내 명의의 땅이 생긴 대신 들어간 돈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온라인 판매는 정산이 늦어 잘 팔리면 잘 팔릴수록
오히려 버텨야 할 금액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분명히 달라진 게 있었다.
이전에는 입금이 될지 안 될지를 기다렸다면,
이제는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내가 직접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내 삶에서는 결정적이었다.
나는 더 이상 상황이 나를 어떻게 만들지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대신 내가 지금 무엇을 선택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움직인다고 해서 곧바로 자유가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감각에서는
나를 분명히 빼내주었다.
이제 나는 안다.
홀로서기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니라,
매일의 선택이 쌓여 서서히 형태를 갖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은 실행이었다는 것도.
*이 글은 한 집에 살면서 각자 살게 되었던 시간들을 기록한 연재의 일부입니다
앞선 이야기들은 아래에서 이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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