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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은 May 06. 2016

끝낸다는 표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애틋할 것도 없다는 것이



끝이라고 표현하기엔 자격이 부족했다.


끝이라고 표현하기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다.


 시작하지 못한 혼자만의 사랑은 끝이 없다. 마치 끝이 없는 길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10년 가까이 고시 공부를 놓지 못하고 합격을 바라며 붙잡고 있는 고시생들에 마음과 비슷할까. 분명 눈앞에 존재한다.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갈 뿐 작아지지 않는다.     


저 멀리에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 작은 산 하나가 보인다. 조금씩 다가가 본다. 조금씩 천천히 거리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즐긴다. 산 입구에 도달했을 때엔 나를 삼키듯 산의 높이는 넘을 여지를 주지 않는다.

너는 그렇다 너무 아름다워 가까이 다가가지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더 높아져 올라갈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 감정을 어떠한 말로 표현을 해야 할까. 다가가기 두려운 마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너를 보면 내 마음은 상처로 지쳐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상 다가가지 않게 된다. 어쩌면 더 이상 다가가지 않는 내 모습이 네가 원하는 모습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욱더 아파온다. 시작하지 못한 사랑에 애틋할 것도 없다는 것이 내 마음을 더욱더 슬프게 한다.     




애틋할 것도 없다는 것. 적당히 아프다는 것.

어쩌면 너무 잔인한 말일 수도 있다. 아니 그냥 잔인한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한 후 사랑의 결실을 보지 못하고 그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이니.



나는 너를 생각하며 펑펑 울 자격이 없다.

너는 나의 눈물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사이도 아니기에 나는 너를 생각하며 울 명분이 없다.      

애틋할 것도 없다. 적당히 아플 뿐이다. 그래서 더욱더 슬프다.    



희망을 노래하고 싶지만,

나의 마음이

나를 속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애틋할 것도 없다는 것이.


-

애틋할 것도 없다는 게

나는 더 슬픈 거야     

섞이지 못하고

그저 점점 너에게

난 남으로 변해 간다는 게

그저 이렇게 혼자서

전하지 못할 말을 한다는 게

나는 더 슬픈 거야.     


한 번도 곁에 머물러 보지 못하고

그냥 이렇게 잊어야 한다는 게

그저 성실 하게 흘러갈 뿐인

시간 속에서

점점 더 빠르게 휩쓸려

지워져 간다는 게

나는 더 슬픈 거야.     


지금 이 순간

나의 눈물도

적당히 아픈 그래서 더 슬픈

이 감정도

기억나지 않을 날이

올 것을 알기에

나는 더 소중한 거야.

네가

지금 이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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