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별, 달빛이 울었다
가라앉는 밤 달빛이 울었다.
이유 없이 울었다.
달빛이 물었다.
“내가 우는 것처럼 보여?”
조용히 바라본다.
‘응 우는 것처럼 보여. 아주 슬프게’
흐르는 구름들을
조금씩 비춰주며
흐르는 강물에
조금씩 비치며
흔들리는 갈대를
조금씩 건드리며
홀로 뜬 외로움에
우는 것처럼 보여.
아주 슬프게.
그래도 다행이야.
하릴없는 내 마음에
참기 힘든 시간에
혼자 울 것 같지는 않아서.
고마워
네가 있어서.
푹 가라앉는 밤이었다. 조금씩 흐르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하천 변두리에 앉아 조용히 하늘을 바라봤다. 그날은 그랬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싶은 날이었다. 조용하게 펼쳐진 어둠 속 진동은 뭔가 모르게 왠지 무서웠다.
하늘을 보니 둥근달이 떠 있었다. 하필 오늘 보름이라니. 무척 반가웠다. 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듯 하늘은 둥근달을 뽐내며 날 부르고 있었다. 주위에 어둠이 조금씩 밀려나고 달빛에 모든 것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앉아 오랫동안 멍하니 처다 본다. 조금에 위로가 나에게 다가왔다.
달빛에 지나가는 구름들이 춤을 추고 흐르는 물이 반짝였다. 바람에 휘청 이는 갈대들은 달빛을 받아 자신들을 뽐내고 나 또한 그 빛을 받아 눈에 무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부신 것은 아닌데.
갑자기 달이 울었다. 지나가는 구름을 비추고 흐르는 물에 반짝이며 갈대 잎을 환하게 비추던 달이 울기 시작했다. 홀로 뜬 외로움에 참을 수 없다며, 나 좀 봐달라며 소리치고 있었다. 빼곡하게 차있는 달 주변 빛들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끝내 어둠 속으로 삼켜졌다. 긴 시간 홀로 존재하는 외로움을 아냐는 듯 나에게 통곡했다. 달리는 시간 속에 변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이라고, 달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소리치고 있었다.
그의 물음이 들려온다.
“내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여?”
조용히 바라보며 눈으로 대답한다.
‘응 우는 것처럼 보여. 아주 슬프게.’
이해할 수 없는 외로움이었다. 나는 사람이기에, 저렇게 오랜 시간 존재할 수 없음에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거의 영원에 가까운 외로움은 점점 나를 심연으로 빠뜨렸다. 어딘가 깊은 곳에 있는 촘촘한 외로움에 책자들이 하나 둘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너무 빼곡해 더 이상 들어갈 곳 없어 보이는 그곳을 바라보는 일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이 밤에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을 건넸다.
어둠으로 가득 차 빼곡한 나의 마음에, 이미 다 차 버린 어둠이 둘러싼 나의 공간에 너의 빛을 품어 조금은 넓혀줄 수 없냐고 부탁을 해봤다. 용기를 채울 수 있게. 절망과 후회뿐인 나의 마음에 용기와 희망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달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돌아가는 나의 발걸음에
천천히 발을 맞추며,
찬란하게 나를 비추며
나를 따라온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의 어두운 하늘에 달빛 쥐어 넣어 본다.
조그마한 손이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네가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