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별. 사람의 마음은 시소와 같다네요.
가랑비
내가 간절했던 것은
네게는 그저 그런 것이었고
내가 소중했던 것 또한
네게는 그저 그런 것이었다.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은
나에겐 강렬했던 것이었고
사실을 부인하는 마음은
네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실천하는 것은
나에겐 어떤 일보다 힘든 일이었고
너에겐 어떤 일보다 쉬운 일이었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우리 관계에 있어 꿈이었고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은
현실이었다.
내가 바라는 우리의 관계는
항상 꿈속 이었고
네가 바라는 우리의 관계는
현실이었다.
실컷 퍼붓지 못하고
젖지도 못하는
봄기운 가득한 비가
아슬하게 나를 적셔온다.
작고 조그마한 가랑비에
잔잔한 웅덩이가
속절없이 떨려온다.
나는 그대를 위한 땅이다.
내리는 비를
맞고 있을
필요가 없다.
내리는 비
아래에 서서 흘릴
이유가 없다.
내리는 비
안에서 젖을
필요가 없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내가 흙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필요한 것이
비가 된다.
네가 없다면
나는 꽃을 피울 수가 없다.
만약 다시 내린다면
나는 온몸으로 젖어
너에게 선물할 꽃을 틔우리라.
방금 마음먹은 것이지만
나는 그대를 위한 땅이다.
나는 그대를 위한 흙이다.
그렇게 될 것이다.
어쩌라고 영은아.
어쩌자고.
앞으로 우산 들고 다니지 마.
꽃이 피는지 한 번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