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조촐한 저녁상 티비 소리-

서른아홉 번째 별.

by 김영은



고1 혼자 살기에는 어린 나이에 어쩌다 보니 혼자 살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일상에 한 부분이다.



이른 저녁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반기는 것은 적막함 뿐. 고요 짖은 방 안에 앉아있노라면 그 분위기에 빨려 나는 힘을 잃고 차갑고 건조한 침대 위에서 남은 하루를 마무리한다. 해가 기울고 체온에 점점 따뜻해지는 침대 안에서 어두워지는 하루를 보고 있다. 사방의 벽들은 나를 가둬두는 것들로만 보이고 점점 조여 오는 무언가의 압박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나의 주위엔 적들뿐이다. 모든 것들은 불행을 끌어오고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은 이 세상에 없는 듯하다. 한 통의 전화가 울린다. 엄마다. 아들 혼자 떨어뜨려 놓고 얼마나 걱정이 클까 나는 그 마음 다 이해한다. 하지만 너무 밉다. 왜 나는 혼자여야 하지? 남들이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나는 왜 가질 수 없는 거지? 도저히 용납이 안가 나는 수시로 오는 엄마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화벨이 울리는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정신 병원을 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도중 잠이 몰려온다. 이대로 자야겠다. 눈을 뜨는 순간 또 한 번의 악몽이 시작되겠지. 눈을 뜨기가 싫다. 그냥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버리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아침은 또다시 찾아왔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틈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나의 일상은 그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숨을 쉴 뿐 어떠한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다른 이들의 삶은 이유로 가득 차 보인다. 그 틈에서 내가 더욱 불쌍해진다. 이 생활의 끝은 어디일까. 행복일까 불행일까.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이 끝나 버릴까. 사실 두렵다.



시간은 흐르고 한 달에 딱 한 번 찾아오는 엄마가 지금 집에 와있다. 나는 방을 나가지 않고 또다시 침대 안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이렇게 누워 있다. 그냥 아무것도 느끼고 보고 싶지 않다.

“너 엄마 왔는데 얼굴 한 번 안 보고 정말 그럴 거야? 왜 그래? 왜 그러고 사는 거야? 엄마가 너한테 공부를 하라고 스트레스를 주니 뭘 하니? 돈 모자라니?”

“아! 빨리 나가라고 그냥. 다 짜증 나니까.”

분노가 올라온다. 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는 자식 아니야? 왜? 왜? 돈만 주면 다야? 정녕 엄마는 돈만 주면 다인 것인가. 세상에 전부가 돈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혼자 두고 돈만 주면 다인 것인가.

‘지금 나에게 이깟 돈이 필요할 리가 없잖아.’

내가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엄마는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는 그 눈빛을 견딜 수가 없다.

“그래 엄마 간다. 돈 부족하면 연락하고 밥은 잘 챙겨 먹어라.”

덜컹 갑자기 싸늘해진 소리가 귀를 울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힘없는 생각들과 몸을 이끌고 부엌으로 간다. 텅 빈 냉장고 안에 먹을 거라곤 생수뿐 아무것도 없다. 옷을 대충 껴입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늘 그렇듯 편의점 도시락 한 개와 콜라를 집어 들고 계산대 앞에 선다. 나와 같이 아무런 삶의 이유도 없어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직원이 보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네. 괜히 동질감이 든다.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참. 남이 슬퍼하는 게 위로라니 나도 갈 때까지 갔구나.’

조그마한 자괴감이 나를 덮쳐온다. 누군가의 행복은 나에게 불행이고 누군가의 불행은 나에게 행복이다. 정상이 아니다. 계속해서 나를 비정상으로 만드는 생각들은 콜라 한 모금에 집어삼키고 집을 향해 걷는다.



‘그래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행복인 거지 뭐가 그렇게 생각이 많아?’

늦은 저녁 혼자만의 조촐한 저녁 상, 티비 소리-

조촐한 저녁 상, 티비 소리-

조촐한 저녁 상, 티비 소리-

아무것도 없다. 갑자기 주위가 텅 비어버린다. 수저를 잡은 손에 감각은 사라지고 분명 무언가를 보고 있었던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 무언가가 보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초점을 찾지 못한 채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선다. 한걸음 그리고 또 한걸음 어딘가를 향해 걸어간다.



내가 지금 가는 곳은 어디일까.

바뀌지 않는 주변에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의 끝은 어디일까.

내가 원하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매일 조촐한 저녁 상, 티비 소리-






매일 조촐한 저녁 상. 티비 소리-

고생했어

똑같은 하루 비슷한 보폭의 걸음

오늘도 한 걸음

늘 똑같이 다를 것 없이

걸려 넘어지는 것 없이

너무나 잘 닿았어.



솔직히 조금은 외롭고 지루하고 힘들어

살기 위해 살지만

어쩔 때는 죽으려고 사는 것 같기도 해.

그렇기에 기쁨 환희 희망 설렘 행복한 것들 삼켜두고

이렇게 우울하게 매일 느끼는 것들만 골라

토해내는 것 같기도 해.



엄마를 싫어하는 거 아니야.

엄마가 여기서는 엄마가 아닐 뿐이지.

누군가의 이야기지만 말을 할 수가 없네.

네 이야기 일 수도

어떻게 보면 어느 누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이상하지가 않은 것 같기도 해.



힘내자 우리






픽션 입니다.. 진짜냐고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있어서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엄마를 정말 사랑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무조건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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