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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맨 Aug 18. 2018

왜? 금사빠가 어때서?

금사빠에 대한 새로운 시각

요즘 '금사빠'라는 인터넷 용어가 심심챦게 눈에 띄곤 한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지만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뜻을 그 만큼 신중하지 못하고, 진정성이 없으며, 또 쉽게 실패한다는 쪽으로만 편중되게 해석하고 있다. 또 이를 빗대어 '금사빠'를 '금방 사랑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이라고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특성은 또 다른 사랑에도 적용이 되므로 이전의 사랑을 기준으로 본다면 쉽게 빠져 나오는 꼴이 될 터이니 말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금사빠'에 대한 느낌은 여자로 치자면 철딱서니없는 '쉬운 여자'나 '헤픈 여자', 그리고 남자라면 인스턴트 러브만 찾아 다니는 '플레이 보이' 정도인 것 같다.


'금사의 특징'이라는 제하로 좀 더 친절한(?) 분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혼자 있을 줄을 모른다거나 호감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한다, 외모에만 치중한다, 행동이 너무 앞선다, 연애의 환상을 꿈꾼다, 사랑하는 것 자체를 사랑한다 등등 제법 설득력있는 항목들을 특징으로 열거한다. 그 중에는 상대방의 장점을 잘 알아본다는 등의 다소 긍정적인 특징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어떤 분석에서는 전문기관의 실험결과까지 예시해 가며 '금사빠'가 되는 원인은 자존감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모두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는 말들이다.  피상적으로 드러난 '금사빠'의 특성을 보면 이러한 해석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것은 '금사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시도이며, 모든 '금사빠'가 그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시간적인 측면에서이다.


금방 사랑에 빠졌다라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주변 사람들의 입장일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의 연애스타일은 매우 스피디한 것 같다. 몇 번의 만남이 지속되면 소위 '썸'이라고 하는 단계에 돌입한다. '남(여)친' 정도만 되어도 이미 상당 수준의 스킨십이 오고 간다. 100일만 되어도 엄청난 기념일이 되고, 년 단위로 넘어가는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아직도 조용한 탐색 속에서 연애를 발전시켜 나가기도 한다. 물론 예전에는 다반사였고 말이다. 오랜 기간 조금씩 조금씩 물드는 사랑이 더 무서운 법이다. 어느 날 갑자기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너무나 조용해서 그들의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지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너무 금방이라고 몰아 세우지 말자!

Digilog갬성시 금사빠(1)


두 번째는 연애스타일의 측면에서이다.


비록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불과 15일만에 목숨마저 버릴 정도로 사랑에 빠졌다. 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리 신봉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소설같은 일이 실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첫 눈에 반해 버리는 사랑을 주변에서 종종 보아 온 까닭이다.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서로를 알아가며 애정을 쌓아가는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어디 사람의 감정이 맘대로 된다던가? 한 눈에 홀딱 빠져버리는 사랑이 나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랜 시간 사귀어 왔다고해서 상대방을 완벽히 안다는 보장도 없으며 더 탄탄하리라는 기대감은 그저 확률에 기초한 자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물론 이는 사람의 성향에 따른 스타일의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이러한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감정은 절대 맘 먹은대로 되는게 아니다!

Digilog갬성시 금사빠(2)

세 번째는 심리학적인 측면에서이다.


모든 사람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대전제를 놓고 한 번 들여다 보자. 사람마다 그 갈급함의 정도는 다를 것이며, 대부분은 감내할 만한 수준일 터이다. 하지만 결핍의 정도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떨까? 그러한 경우에 있어 반응은 크게 두 가지가 될 것이다. 과도하게 추구하거나 아니면 아예 마음을 닫고 포기하는 것이다.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금사빠'의 대척점에는 '연애고자'라는 것이 있다. 물론 흔히 지칭하듯 성격적인 결함이나 연애기술, 또는 용기가 없어서 연애를 하지 못하는 그런 표면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연애고자'도 있겠지만 이는 차치하도록 하자. '연애고자' 중에는 자존감이 낮아서, 누군가 나의 사랑을 받아 줄 것 같지 않아서, 나를 사랑할 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연애감정을 억누르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은 상반되지만 '금사빠'인 어떤 이들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 나를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연애고자'도 연애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 '금사빠'도 더 이상의 무한반복적인 갈구가 필요치 않을 것이라 믿는다.


단지,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

Digilog갬성시 금사빠(3)




'금사빠'는 고쳐야 할 어떤 버릇도 아니고, 잘못된 연애관도 아니며 또 '금사빠'처럼 보인다고 해서 모두가 '헤픈사람'인 것처럼 오인받아서도 안 될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 모두의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특성이다. 표출되는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단순히 피상적인 것만으로 옳고 그름을 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채워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그것이 1:1의 연애라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연애는 결핍이 어느 정도 채워진 연 후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다.

2018. 8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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